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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창업가들의 눈은 ESG로… ‘2021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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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아시아 대학생 창업가들이 2021년에 특히 주목한 사업 아이템은 무엇일까.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KT&G와 메리츠증권이 후원하는 ‘2021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ASVF)’이 4월 1일 서울 중림동 한경 본사 18층 다산홀에서 열렸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국내 유일한 국제 대학생 창업교류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학생 창업경진대회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몽골,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8개국 12개 팀이 참가했다.

전 세계인이 모여야 하는 행사 특성상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 이원 생중계’를 통해 12개팀이 모였다. 특히 올해는 온라인 학생 심사단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8개국 80명이 교대로 화상 심사에 참여했다. 이들 심사단으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팀에게는 특별상이 수여됐다. 이밖에 8개국 참여자를 관리하는 대학생 서포터즈 9명도 함께 했다.

행사는 팀별로 제출한 아이디어 발표영상 송출, 실시간 영상통화를 통한 심사위원단과 참가팀 간 질의응답, 심사위원단 및 학생심사위원단의 점수평가, 심사평가 발표순으로 이뤄졌다.



아시아 학생창업가에게도 ESG 열풍
8개국 아시아 대학생 예비 창업가들의 공통 관심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였다. 특히 이들은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인도네시아 1팀은 친환경 마스크 ‘맥스마스크(MAXMASK)’를 소개했다. 이 마스크는 맥스마스크 필터패드와 맥스마스크 페이스 마스크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맥스마스크 필터패드는 대나무 섬유와 생화학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폴리에스터를 사용했다. 몽골팀은 분리수거 방법, 가까운 쓰레기 처리장 안내 등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법을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안했다.

눈을 국외로 돌려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눈에 띄었다. 한국 1팀은 정확한 기상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기상관측 드론(SWA)’을 통해 캄보디아의 농업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SWA는 체공시간의 효율성을 높인 수직이착륙형 무인기에 배수가 가능한 강우량 측정 센서와 구름의 모양을 측정하는 레이더센터를 결합한 제품이다.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진 팀도 많았다. 인도네시아 2팀은 사용자의 건강상태와 필요영양에 따라 맞춤 주문이 가능한 음식 배달 어플 서비스를 소개했다. 어플에 핵심 기술인 영양성분 표시 ‘nutrition bar’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현재 필요한 영양소를 알려주고 여기에 맞춰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2팀은 식료품점이나 농장에서 낭비되는 과일과 채소를 저장하고 분말로 바꿔 1년간 영양성분을 90% 보존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노력도 돋보였다. 싱가포르 2팀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친구와 함께 비대면으로 운동할 수 있는 운동관리 플랫폼 어플을 제안했다. 이 어플을 통해 친구 및 다른 사람들과 챌린지 형식으로 함께 운동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노인을 위한 아이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목받았다. 대만은 참여 2개팀 모두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대만 1팀은 음식배달, 소셜네트워킹, 교육 등 노인이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도움을 주는 어플을 제안했고 대만 2팀은 노인 맞춤 화장실 서비스를 선보였다.

‘노인용 화장실 서비스’가 대상… 뛰어난 기술력 없어도 ‘고객 니즈 파악’에 최고점
오전 9시에 시작한 행사는 오후 3시가 넘어서 막을 내렸다. 대상은 ‘노인용 화장실 서비스’를 제안한 대만 2팀에게 돌아갔다. 무릎 관절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높이기를 설치하고 제습기로 화장실을 건조하게 해 미끄러움 사고도 방지한다.

이재원 심사위원장은 “고객의 불편함과 시장의 필요성을 정확히 파악했다”며 “뛰어난 기술을 사용한 건 아니지만 오히려 실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잘 건드려 글로벌 진출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2등 골드상은 몽골과 싱가포르 1팀, 3등 실버상은 대만 1팀과 인도네시아 2팀, 4등 브론즈상은 싱가포르 2팀과 인도네시아 1팀, 한국 2팀에게 돌아갔다.

대상팀에게는 상금 2000달러(한화 약 226만원)가 수여됐다. 2~3위는 1500달러(한화 약 170만원), 4~5위는 1000달러(한화 약 113만원), 6~8위는 500달러(한화 약 57만원)를 받았다. 올해 신설된 온라인 심사단 평가상 수상팀을 위한 특별상도 마련됐다. 수상팀에게는 공통적으로 한국경제신문 사장상이 함께 지급됐다.
이재진 심사위원장(한국 컴플라인스아카데미 전무)
학생 창업가들의 아이템을 만나본 소감이 궁금하다

“일반 창업가들의 아이템보다 훨씬 말랑말랑했고 소재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게 많았다. 이전에는 IT기술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아이템의 산업 분야가 다양한 점이 색다르다. 특히 젊은 창업가들이 지구환경에 신경을 많이 쓰고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12개팀 중 4개팀이 친환경을 사업 소재로 삼았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

기억에 남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식용 가능한 채소와 과일로 영양제를 제조한다는 팀의 아이디어도 새로웠다. 식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 리사이클링이 아닌 업사이클링이라는 게 흥미롭다. 단 이 제품을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는 반려견을 위한 상품으로 개발해도 좋을 것 같다.”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대나무 필터 마스크 팀의 아이디어의 경우, 대나무 패드 생산 비용도 명확히 분석하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나무를 사용하는 건 분명 친환경적이지만 원료 생산비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나무성분의 필터효과도 명확히 검증해주면 좋았을 것이다.”

창업의 매력은 무엇이라 보나
“나를 위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위해야 나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 창업의 최우선 과제는 내 목소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언어로 해석하려는 마음가짐이다. 내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지 말고 고객이 필요한 점을 파악해 이를 내세워야 한다.”

아시아 창업가의 특징이 있다면
“아시아 창업가는 시장을 자국으로 한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창업가들은 반대로 글로벌 마켓을 최우선으로 두고 여기에서 좁혀나간다. 이는 아직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창업환경이 세계시장을 뒷받침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행사가 이 생각의 틀을 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 창업가들이 유념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
“가장 큰 문제점은 서둘러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이다. 수익부터 좇다보니 아이템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요즘은 투자자들도 당장의 수익보다는 고객에게 얼마나 인정받는지를 중요시한다. 투자를 받기 전 투자성향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간이나 정부의 창업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초기창업패키지나 예비창업패키지 대부분 초기에 지원금을 많이 주고 다음 차수부터는 지원금을 점점 줄인다. 창업도 사람의 성장기와 같아서 커갈수록 더 큰 돈이 필요한데 이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이 성숙하려면 최소 2년은 필요하다. 또 정부가 처음에 기틀을 닦고 이후 민간이 붙어서 지속적으로 인큐베이팅 해야 하는데 이 작업도 여의치 않다.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청년 창업가들에게 하고싶은 말
“ASVF는 학생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대회다. 학생이기 때문에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고 학생이라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라 생각한다. 내년에는 꼭 오프라인으로 행사가 개최돼서 모두 축제분위기에서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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