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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기업이익 줄이는 '굴레' 안되게…성과지표 표준화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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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우리 기업들도 앞다퉈 ESG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ESG 활동으로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논의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게 과제입니다.”(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SG와 기업경영 및 공시변화’ 웨비나(웹+세미나)가 1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모레홀에서 열렸다. 삼일회계법인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한국경제신문사와 삼일미래재단이 후원했다.

이날 기조발제와 토론을 맡은 전문가들은 기업 주주의 이익과 ESG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충돌 문제가 앞으로 큰 과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다가 되레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랑스 다농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두 가치의 조화를 위해선 ESG평가지표나 규제 도입 등 관련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활동 지속하려면 ‘조화’ 필요
박경서 교수는 “최근까지 ESG 경영의 긍정적인 면만 주로 부각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대거 ESG 관련 투자에 나서면서 ‘수요효과’가 발생해 자산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당분간은 실적이 좋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ESG 비용이 결국 제품가격 등 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식품기업 다농은 ESG를 경영이념으로 삼을 정도로 지속가능경영 모범기업이었으나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 최고경영자(CEO)가 해임됐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ESG 투자가 활발한 기업이 이익도 많이 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반대 인과관계를 밝힌 연구도 많다”고 했다. 이어 “지배구조와 관련해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배구조 우수 기업이 수익률도 좋았으나 2000년대 이후엔 달라졌다”며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이 오히려 저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는 헤지펀드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ESG 활동은 경영자와 주주 간 합의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왕건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은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장기적 투자자로서 주주 역할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SG 공시에 불확실성 많아
ESG 관련 내용에 대한 공시 방법, 평가 지표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관련 기관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기업의 ESG 정보공시 관련 규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배수일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도 상장사에 2030년까지 ESG 공시 의무를 부과했다”며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헷갈려 하는 일이 잦다”고 소개했다.

그는 “예컨대 미국 테슬라의 ESG 등급에 대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최상위권,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는 최하위권으로 평가했다”며 “전자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는 점에 주목했고 후자는 발전과 배터리 생산 등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정부 지침이나 ESG 성과 측정 지표에 따라 기업 대응도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도 표준화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정부가 ESG 공시 세부 기준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정부가 정보 공개를 강제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혼란 등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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