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말농장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부담이 최대 3.5배 급증하는 건 규제가 중첩됐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용 토지로 분류돼 기본세율(6~45%)만 적용되고 있는데 내년부터 비사업용 토지로 바뀌면 20%포인트 중과세율이 더해진다. 여기에 내년부터 개인 소유 토지라 해도 비사업용일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주말농장용 토지는 이 규제까지 적용받아 장기간 농사를 지었더라도 최대 30%의 장특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다른 비사업용 토지도 이번 규제 강화 조치로 양도세 부담이 최대 2배 늘어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의 문제점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이유로 무차별적인 규제를 가했다는 것”이라며 “거래절벽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토지 취득도 어려워져
정부의 ‘3·29 대책(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은 토지 취득 규제도 대폭 강화했다. 주말농장용 토지를 살 때 농업경영계획서의 일종인 ‘체험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주말농장용 토지의 경우 기존에는 별다른 추가 서류 제출 없이도 농취증을 발급해줬다. 하지만 LH 투기 사태에서 이 같은 제도상 허점이 농지 투기를 불러온다는 비판이 일자 다급히 대책을 내놨다.
이 같은 변화는 양도세 강화와 함께 농지의 거래절벽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토지의 신규 취득이 끊기면 귀농귀촌 인구도 함께 줄기 때문에 전원주택 건설사업, 조경 사업자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획부동산 등 투기세력의 활동은 억제할 수 있겠지만 선의의 취득도 가로막기 때문에 농촌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꾼들은 규제가 강해질수록 한층 고도화된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간다”며 “결국 대다수 선량한 민간인만 손해를 보는 시장 불균형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퇴 앞둔 고령농 타격
양도세와 취득 규제가 모두 강화되면서 당장 농지를 처분하려던 고령 농업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농들은 은퇴하면서 농지를 매각해 이를 노후자금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제도 변화로 매수세가 끊기게 되면 농지 처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특히 투기와 관련성이 적은 지방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각종 세금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선 실제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권에서 멀수록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그동안 고령농의 농지 처분 문제 등을 감안해 농지 거래에 관한 규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개정해왔다”며 “이번 대책은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속 농지도 비상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이유를 보면 투기적 매매보다는 상속이 많다. 부모가 경작하던 농지를 물려받아 의도치 않게 농지 소유주가 된 경우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상속과 같이 정상적으로 손바뀜한 농지까지 규제 확대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상속 농지가 비사업용 토지로 전환되면 제도 변화에 따른 막대한 양도세를 물게 된다. 이 때문에 농지를 상속받을 경우 사업용 토지 인정 조건을 면밀히 따져보면서 양도 전략을 짜야 한다.
현재 상속 농지는 상속 전 사업용 토지였을 경우 일정 기간 그 자격을 인정해준다. 농지를 상속받은 뒤 직접 경작하지 않아도 3년간은 사업용 토지로 분류되고 그 이후 비사업용 토지로 전환된다. 소득세법상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를 물리는 조건이 ‘양도 전 5년 중 2년 이상 비사업용 토지일 경우’인 것을 고려하면 상속 후 5년까지는 사업용 토지에 해당하는 양도세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 기간을 놓치면 이번 대책으로 20%의 무거운 중과세율을 더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최진석/강진규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