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최근 MC(스마트폰) 사업부 임직원들의 전환 배치(전배)를 단행하며 사실상 사업부 철수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 LG폰을 처음으로 포함하는 등 LG 사용자들의 유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오는 5월31일까지 삼성닷컴과 갤럭시 캠퍼스 스토어에서 갤럭시S21 시리즈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갤럭시Z플립 5G를 구매하면서 5G 상용화 당시 출시된 중고폰을 반납하면 중고 시세에서 최대 15만원까지 추가로 보상해주는 '중고폰 추가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고폰 반납 대상 모델은 2019년 5G 상용화 시점에 출시된 '갤럭시S10'과 'LG V50'이다. 각각 보상액은 15만원, 7만원이다. 갤럭시S10과 V50의 중고가 시세가 3만~28만원, 3만~1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8만~43만원, 10만~23만원의 보상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 5G 스마트폰 출시 2주년을 기념해 실시된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지만, 업계는 LG전자의 스마트폰을 포함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삼성전자 혹은 애플 제품만을 대상으로 했었다. 다만 이번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수술대에 올린 만큼, 기존 LG폰 사용자들을 유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올해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이미 올해 갤럭시A12·A32·A42 5G 등 중저가폰을 국내 출시한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갤럭시A52 5G를 선보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폰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MC사업부 철수가 현실화되면 동일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갖춘 삼성전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LG전자 MC사업부는 완전 철수가 유력시 된다. LG전자는 '고용 유지'를 전제로 지난달 말부터 MC사업부의 임직원들에게 타 사업부 및 타 계열사 등으로 전환 배치 사실을 순차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이르면 오는 5일 MC사업부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공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경영진은 지난해 말 MC사업부를 수술대에 올리기 결정한 이후, 사업부 매각 혹은 철수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올 초부터 베트남 빈그룹 등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과 협상을 타진했다.
다만 지난달 중순까지 눈에 띄는 진척 상황은 포착되지 않았고, LG전자는 결국 매각 시도를 중단하고 완전 철수로 방향성을 확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최근 알뜰폰 사업자를 통한 'LG 벨벳' LTE 모델을 공짜폰으로 판매, V50 전용 액세서리인 '듀얼 스크린'을 선착순 추가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재고떨이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LG전자 측은 여전히 "MC사업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기존 LG폰 사용자들 사이에선 기존 모델의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나 사후지원(AS) 서비스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변경할 수 있는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역시 올해 출격이 점쳐졌던 'LG 롤러블' 'LG 레인보우' 등의 출시가 무산됨에 따라 교체 대상이 없어지게 되면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LG전자 측은 향후 스마트폰 SW 업데이트, AS 서비스, 이통사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지원 등을 전국 서비스센터와 베스트샵 등 인프라를 활용해 당분간은 계속 제공할 것으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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