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못 지키면 주식 전량 내놓겠다”
헬릭스미스를 창업한 김선영 대표(사진)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보유 주식을 전량 출연하겠다”고 폭탄 선언한 것은 31일 주주총회에 앞서 열린 주주간담회에서였다. 김 대표는 지분 5.21%(178만4996주·461억원)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가 제시한 목표는 두 가지였다. 내년 10월 31일까지 ①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엔젠시스’의 임상 3상에 성공하고 ②주가를 이날 종가(2만5800원)의 4배에 달하는 10만원까지 끌어올리는 것.김 대표가 이날 ‘등 떠밀리듯’ 승부수를 던지게 된 단초는 201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나온 미국 임상 3상 결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었다. 회사 측은 “임상 운영을 잘 못해 약효 입증에 실패했을 뿐 약효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30만원대였던 주가는 작년 10월 1만8000원 수준으로 추락했다.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 재도전에 나섰고, 김 대표는 재도전 결과가 나오는 내년 10월 말을 이날 내놓은 승부수의 ‘데드라인’으로 못 박았다. 헬릭스미스는 연내 환자 모집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임상 3상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로 내년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미국 임상 2상, 샤르코마리투스병(CMT) 국내 임상 1·2상, 중증하지허혈(CLI) 중국 임상 3상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한두 개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술수출을 통해 ‘목돈’을 거머쥘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모든 것 바치겠다”
이날 주총장에선 성난 주주들의 고성이 오갔다. 임상 3상 실패와 이로 인한 주가 하락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액주주들은 김 대표가 ‘신뢰’를 깨뜨린 것을 문제삼았다.사연은 이렇다. 헬릭스미스는 2019년 8월 146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다. 당시 김 대표는 “향후 2년간 추가 유상증자는 없다”고 했지만, 작년 10월 2861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2016년부터 5년간 사모펀드 파생결합증권(DLS) 등 고위험 자산에 2643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공개되자 김 대표에게서 등을 돌리는 주주가 대거 늘었다. “임상시험에 투입해야 할 자금을 ‘돈놀이’하는 데 썼다”는 이유에서였다. 투자금 중 수백억원을 떼인 것으로 나타나자 일부 소액주주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경영진 교체에 나서기도 했다.
회사 측은 잇따라 대응책을 내놨지만 실타래는 더 꼬였다. 회사 측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선임한 김신영 사장(전 세종텔레콤 대표)이 돌연 사임해서다. 김 대표의 사내이사 사임 등을 둘러싼 갈등이 김 사장의 사임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주주들이 기대한 ‘쇄신’이 물 건너간 상황으로 치닫자,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김 대표가 이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김 대표는 주주 소통 강화, 긴축 경영 실시, 임상 성공을 통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와 신약 연구개발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