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전·월세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전·월세를 대폭 올려 논란이 된 가운데 박 의원이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이 싸게 계약한다고 했다"고 해명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의겸 전 대변인의 '아내' 탓, 김상조 전 실장의 '집주인 인상' 탓에 이어 이번엔 '부동산 사장님' 탓이 새롭게 등장했다"며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31일 박 의원을 향해 "(박 의원은) 법 통과 직전 월세를 올려 받았다. 자신이 국민에게 그은 상한선은 5%, 자신의 세입자에겐 9%"라며 "청렴한 척, 깨끗한 척, 세상에 있는 정의는 모두 끌어모으는 척하다가 뒤로는 잇속을 챙긴 '청담동 김 실장'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청담동 김 실장'은 임대차 3법 통과 이틀 전 본인 소유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 올린 사실이 드러나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말한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은 묻고 싶다. 꼼꼼히 못 챙겨서 죄송한 게 아니라 꼼꼼히 챙겨온 것이 들켜 죄송한 것은 아닌가"라며 "김상조 전 실장은 짐을 싸고 청와대를 떠나기라도 했다. 박 의원은 어떤 방법으로 국민에게 속죄할 텐가"라고 물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3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중구 신당동의 아파트(84.95㎡)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임대료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이었다. 임대료를 9% 올려받은 것이다.
박 의원은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은 제 입장을 알고 있기에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했고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살펴보니 월 20만원 정도만 낮게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2019년 서울 흑석동 재개발 건물을 '영끌'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해명 과정에서 '아내 탓'을 논란이 됐다. 김 전 대변인은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이 또한 다 제 탓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집을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상조 전 실장은 '집주인 탓'을 했다. 김 전 실장은 "현재 사는 전셋집(금호동 두산아파트) 집주인의 요구로 2019년 12월과 202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보증금을 2억원 넘게 올려줘야 했다"라며 전세 보증금을 올린 이유를 집주인 탓을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보유한 예금은 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