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하게 내놓은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을 놓고 곳곳에서 과잉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책 하나하나에 위헌 소지가 다분한 것은 물론 모든 공무원의 가족까지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실효성이 의문인 대책이 추진되고, 각종 규제 대상에서 국회의원이 빠지는 허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잠재우기 위해 대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 내용 중 가장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모든 공무원과 그 가족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한 조치다. 그동안은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등 23만 명이 재산등록 대상이었으나 앞으론 전체 공직자 160만 명으로 확대된다. 가족의 재산변동 내역까지 모두 등록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약 640만 명(4인 가족 기준 추정)의 재산변동을 국가가 들여다보게 되는 셈이다.
기존 재산등록 대상이 아니었던 하위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공무원을 투기 의심자로 보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태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무원본부장은 30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무원 사회를 잠재적인 범죄집단으로 보고 내린 정책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차명거래 많아 처벌 어려워
부동산거래신고법과 주택법을 개정해 4대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부당이득액의 3~5배를 환수하도록 한 대책이 실제 투기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 투기가 대체로 차명거래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벌금이 강화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기 여부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등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헌법상 형벌 소급 불가 원칙에 따라 법을 개정해도 문제를 일으킨 LH 직원을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LH 직원은 기존 부패방지법을 통해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무 연관·의혹 커도 번번이 빠져
권력기관인 국회와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규제가 이번 대책에서 빠진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의 경우 직무 관련 지역의 토지 취득을 금지하고, 거래 시 신고 의무를 부과했지만 국회의원 등은 제외했다. 국회의원들은 공직자보다 권력이 크고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각종 개발 정보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입장임에도 이 같은 규제를 전혀 받지 않게 된다.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LH 사태 이후 복수의 국회의원들이 투기 의혹을 받았던 점을 고려해 직무 관련성이 큰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라도 해당 규제 적용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점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 잡겠다며 공공인력 또 늘려
LH 직원 등 공공부문에서 발생한 투기로 공공부문이 더욱 비대화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농지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농지위원회를 지방자치단체마다 설치하기로 했다. 불법을 감시하는 농지 전담 특별사법경찰관도 뽑는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로 출범하게 되면 분석원에서 일할 인력도 필요하다. 공직자가 등록한 재산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전문가들은 공공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이 투기 사태를 불러왔는데 대책으로 공공부문이 더욱 커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민심 들끓자 20일만에 손내밀어
당초 검찰을 배제한 채 수사하다가 뒤늦게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하도록 한 조치는 전형적인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사건 발생 20일 만에 검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직후 대검찰청은 공직 관련 투기사범을 전원 구속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