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을 임명했다. 안 수석은 재정과 예산에 정통한 경제관료다. 전날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경질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에 이호승 경제수석이 임명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기재부 1차관에는 이억원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2차관엔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이 발탁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 후반기 당면 현안과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새로운 도약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경제 분야 정무직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안 수석은 기재부 내 대표적인 ‘예산통’으로 꼽힌다. 경남 마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오타와대 경제학 석사, 가톨릭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사회에 입문해 대부분의 경력을 기재부 예산실에서 보냈다.
현 정부에서 예산실장과 예산총괄심의관을 지내며 재정 확대 정책을 실행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과도한 나랏돈 풀기 요구에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8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기본소득 지급 등에 100조원을 지출하자”고 주장하자 “나랏빚은 누가 갚을 거냐”고 맞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소탈한 성격으로 기재부 내에서 2년 연속 ‘닮고 싶은 상사’에 선정될 만큼 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강 대변인은 “안 수석은 재정, 예산, 공공기관 분야에 정통하고 원활한 소통 능력에 남다른 정책추진력을 겸비했다”며 “정부 핵심 과제를 차질 없이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안 수석은 행시 동기(32회)이자 같은 기재부 출신인 이호승 정책실장과 손발을 맞추게 됐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모두 기재부 출신 관료가 차지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임기 말 국정 운영에서 개혁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중이 담긴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향후 당·정·청 정책 협의 과정에서 정부 부처의 목소리가 좀 더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진보 성향 교수들을 중용했던 인사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청와대가 결론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억원 신임 기재부 1차관은 행시 35회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기재부 경제구조개혁국장·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5월부터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맡았다.
안도걸 신임 기재부 2차관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시 33회로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기재부 경제예산심의관·예산총괄심의관에 이어 예산실장을 지냈다. 강 대변인은 이 차관에 대해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에 탁월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안 차관에 대해선 “폭넓은 정책 시야와 뛰어난 업무 능력을 겸비한 재정 예산 전문가”라고 했다.
일각에선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기재부 차관이 바뀐 만큼 재·보궐선거 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 김인걸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왔으며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서울대 박물관장을 지냈다. 한국고전번역원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서민준/강영연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