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 때문에 국민들에게 모임을 자제하라고 한 가운데 공무원들 20여명이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회식을 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후생성은 일본에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이끄는 중앙부처다.
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령자 의료·복지 업무를 관장하는 후생성 직원 23명이 지난 24일 밤 도쿄 긴자의 한 주점에서 송별회를 열었다.
술이 곁들여진 이날 회식은 오후 7시께 시작돼 일을 마친 직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자정이 임박한 시간까지 이어졌다.
송별회 당일은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4개 광역지역의 긴급사태가 해제된 후였지만 신규 확진자가 크게 줄지 않아 도쿄도 차원에서 음식점 등 다중이용 업소에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해 달라고 요청하던 상황이었다.
일본 정부도 긴급사태 해제 후에 음주를 수반하는 모임이나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장시간 회식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환경으로 거론하면서 불가피할 경우 4명 이하의 회식을 권장하는 등 국민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또 식당을 이용할 때는 비말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칸막이가 설치된 곳을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후생성 공무원들이 이용한 문제의 업소는 칸막이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그는 "23명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너무 많은 숫자"라며 "국민들에게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이번 사건이 벌어져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 숙여 사죄했다.
또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보고 '공무원도 저러는데 나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기강을 확실하게 잡겠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 역시 내각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후생노동성 직원들 송별회) 소식을 듣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던 중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다"면서도 "국민들이 앞으로도 4인 이상 모임 자제, 회식 자제 등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중의원도 "지난해 12월 연말 모임에서 감염이 급속히 확산된 경험을 잊지 말자"며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 4인이상 집합자제 등 철저한 대책을 요청했다.
한편 일본정부 관료들이 코로나19 감염 대책에 있어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14일 오후 도쿄 긴자의 한 스테이크 가게에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하야시 모토오 간사장 대행,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배우 스기 료타로, 정치 평론가 모리타 미노루, 방송인 미노 몬타 등과 회식을 가져 논란이 됐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