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게임은 고도의 심리전이다. 작은 표정 변화 하나도 단서가 될 수 있기에 옆 사람을 관찰하려 눈은 최대한 크게 떠 좌우를 살핀다. 이들의 치열한 눈치싸움과 달리 만년설 쌓인 히말라야 산맥은 한가롭기만 하다. 최동열(70)이 그린 ‘칸첸중가의 카드플레이어들’이다.
최동열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15세에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입학했고, 2학년 때 해병대에 자원해 베트남전쟁에 파견됐다. 제대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지만 공장 노동자, 태권도사범 등을 하며 술과 마약에 빠지기도 했다. 그를 구원한 것은 화가인 부인 L D 로렌스와 그림이었다. 원색과 무채색의 대비를 통해 강한 생명력을 담아낸 그에게 미국 화단은 ‘한국의 고갱’이라는 찬사를 붙였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히말라야로 떠돌던 그는 이제 서울에 자리잡았다. 생존을 고민하던 그에게서는 생명에 대한 예찬이 읽힌다. 그림 속 인물은 대자연 앞에 왜소한 존재지만 카드 게임 한판에 신경전을 벌이고 최선을 다한다. 당장 내일이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사는 우리처럼.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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