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역사의 출판사 민음사의 지난해 매출이 5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동네가 2019년 매출 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그동안 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출판사는 있었지만 500억원을 돌파한 건 국내 단행본 출판 사상 처음이다.
출판업계가 잠정 집계한 국내 주요 10개 출판사의 지난해 매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민음사는 그림책과 과학책 등 어린이책 전문 출판 자회사인 비룡소와 사이언스북스, 세미콜론 등 자회사들을 포함한 전체 매출이 563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발표한 2019년 감사보고서에 게재된 매출(비룡소 포함 28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출판·서점업계에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재택 생활이 길어지면서 학습서 등 어린이 도서의 수요가 증가한 것을 매출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출판업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민음사의 성인 단행본과 비룡소의 어린이 단행본 매출은 각각 268억원, 294억원이었다. 2019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민음사와 비룡소의 2019년 매출은 각각 139억원, 141억원이었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코로나19로 다른 사업은 다들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만 반사이익을 얻은 것 같아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작년 매출이 500억원을 좀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의 덕을 본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외부활동을 못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아동서 라인이 탄탄한 출판사는 다들 매출이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10개 출판사 가운데 매출 2위를 기록한 길벗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경제·경영서 및 수험서, 학습서 등을 주로 출간하는 길벗의 지난해 매출은 32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도 감사보고서에 공개된 2019년 매출(216억원)보다 51% 늘었다. 출판업계에선 지난해 국내외 증시가 최저점을 찍은 3월 이후 하반기까지 이어진 주식투자 열풍으로 주식 및 재테크 도서 판매량이 급증해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어린이 도서 수요 증가, 영어회화·컴퓨터 등과 관련된 실용서와 수험서 등 연중 수요가 꾸준한 책들도 판매량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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