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라는 자리가 화려한 듯 보이지만 그 뒤에 많은 고뇌가 숨겨져 있단다. (중략) 그래도 내가 지치지 않고 CEO의 소임을 다할 수 있는 건 김OO 사원처럼 우리 조직 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들이 있기 때문이다.”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이 한 사원에게 보낸 공개 편지 내용의 일부다. 임 사장은 이 편지에서 “과중한 업무로 쉴 틈이 없는 가운데 (최근 김 사원이) 업무환경 개선안을 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책임감과 열정,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양증권이 사내 임직원 간 공개편지를 묶은 책 《One Team Magic》을 펴냈다. 이 증권사는 임 사장의 제안으로 2019년 8월 사내 편지 주고 받기 캠패인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오간 편지는 모두 333통. 한양증권은 이를 한데 모아 두권의 책으로 엮었다. 총 656페이지에 달한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는 임 사장이 낸 아이디어였다.
편지를 주고 받은 대상은 다양하다. 임직원끼리는 물론이고 특정 부서나 회사 전체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도 담았다. 조한영 디지털BIZ센터장은 전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코로나19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똘똘 뭉쳐 노력하면 위기가 성장의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건물 경비 담당자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한 임원은 문OO 경비반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경력직 입사를 위해) 처음 한양증권을 방문했을 때 반갑게 인사로 맞아줬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긴장감을 풀기에 충분한 미소였다”고 회상했다.
임직원이 임 사장에게 쓴 편지도 있었다. 김OO 사원은 편지에서 “입사 면접을 볼 때 지원자를 회사에 들어올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초년생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임 사장은 지난 26일 열린 책 출간 기념식에서 “편지는 행복한 경험을 주는 걸 넘어 한 개인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며 “편지 주고 받기 릴레이가 임직원 간 마음의 간격을 좁히고 한 팀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훌륭한 이벤트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소통 강화가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한양증권 측 설명이다. 지난해 한양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106.9% 성장한 45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경계를 허문 ‘소통’의 힘이 업무 성과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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