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인 오세훈 후보(사진 오른쪽)를 인근 거리에서 지켜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전했다. 내부 분위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개가 갸웃해진다. 오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상대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0%포인트 안팎으로 앞서고 있어서다.
서울시장 선거를 여러차례 지켜본 여야 중진의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하면 안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야권 단일화 직후 컨벤션 효과, 극우 보수진영에 적대적인 ‘샤이 진보’, 민주당의 탄탄한 조직력 등을 고려하면 오 후보와 박 후보간 실제 표차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 후보도 “이기더라도 1~2%포인트 차이”라고 조심스러워한다. 이런 차이는 선거 직전의 작은 말 실수나 행동거지로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현재 열세인 민주당도 이런 작은 틈새를 노린다.
오 후보는 지난 26일 선거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돼 있다고 넋두리 같은 소리를 할 때 제가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며 “야당이 그정도 말도 못하나”고 발끈했다. 2019년 10월 광화문 집회에서 한 발언을 두고 “문 대통령을 향해 막말 선동을 한 극우정치인”(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이라고 공격하자 맞대응을 한 것이다. 당내에선 “굳이 후보가 직접 대응해 논란을 키워줄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 후보의 강점인 중도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오 후보 배우자 일가 소유의 내곡동 부지 ‘셀프 보상’ 의혹도 마찬가지다. 박영선 후보는 “ ‘위치를 몰랐다’, ‘국장전결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 것이다’ 등 세 가지가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 사안의 본질은 오 후보의 배우자 일가가 소유한 내곡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토지가 수용될 당시 서울시장이던 오 후보가 영향력을 행사했냐 여부다. “당시 보상가격(평당 270만원)이 시가(317만원)보다 훨씬 낮았고, 현재 가격은 평당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본인의 해명만으로도 상당 부문 의혹을 잠재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 후보 본인이 사전 검증없이 이런 저런 해명을 하다보니 당초의 ‘셀프보상’ 프레임이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다. 셀프보상에 관여한 증언이 나오면 “바로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한 발언도 신중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권에선 이런 오 후보를 향해 “걸핏하면 사퇴를 내건다”며 ‘사퇴왕’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불리한 상황도 아닌데 오세훈 후보 본인이 네거티브 공세에 직접 다 맞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당에 악역을 맡은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의 조직적인 네거티브공세엔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선 오 후보의 정치 굴곡이 선거 막바지 국면 승부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오 후보는 30대에 국회의원, 40대 중반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정치 입문 초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장에서 사퇴한 후 약 10년동안 여러 선거에서 낙선하는 암흑기를 겪었다. 이 기간 조직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면서 본인이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며 곧바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경선에도 조건부 출마 선언을 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추진 문건의 VIP(대통령 의미) 논란을 제기하는 등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협상할 때도 당과 논의없이 안 후보와 담판을 지으려해서 실무 협상팀이 마음고생을 했다는 전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오세훈 본인의 정치 인생 뿐 아니라 야권 전체의 부활 여부가 걸려있다”며 “막바지 선거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 선관위 조직과 더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