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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지털 패권 전쟁' 가세…美·中 추격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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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지털 패권 전쟁' 가세…美·中 추격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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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하루빨리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아야 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부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젱거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세계 디지털 전쟁의 1라운드에서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제 막 디지털 경쟁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며 “EU가 결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럽이 ‘디지털 패권’을 선언하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거센 추격에 나서고 있다. 27개 국가로 구성된 EU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지만, 디지털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졌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6위인 영국이 올해 초 EU를 완전히 탈퇴하면서 EU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스타트업 유치 나선 유럽

EU가 추진 중인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유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유럽에 둥지를 트는 스타트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미국과 중국의 테크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EU의 구상이다.

이미 EU는 스타트업 유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시작했다. CNBC에 따르면 지난주 EU 집행위는 회원국에 ‘EU 스타트업 국가 표준’이라는 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청했다. 각종 스타트업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골자다.

우선 스타트업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에 대한 세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스톡옵션을 행사할 땐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추후 주식 처분 시 양도소득세를 납부한다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주식을 시세와 상관없이 일정한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주로 자금이 부족한 신생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활용한다. 여기에 의결권이 없는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기업을 하루 만에 설립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기업 설립에 필요한 행정 비용도 100유로(약 13만원)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 밖에 스타트업 임직원의 비자 처리 시간을 단축한다는 내용도 있다.

유럽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유니콘페르소나의 한노 레너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이 세계적인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효과적인 창업 정책이 필요했다”며 “무엇보다 직원이 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틴 미그노 인덱스벤처스 파트너는 “유럽이 창업 부흥을 위해 올바른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벤처업계는 EU의 이런 정책을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산업계는 오랫동안 미국과 중국의 테크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정책 개혁을 요구해왔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중국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샤오미 등 굴지의 테크기업이 즐비하지만 유럽에는 내세울 만한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명품 회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LVMH의 세계 시총 순위는 21위에 불과하다. 1위부터 20위까지 미국(14개)과 중국(3개)이 장악하고 있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세계 100대 기술기업 가운데 유럽 회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와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두 곳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10년은 절대적으로 결정적인 기간”이라며 “유럽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치열해지는 반도체 경쟁
유럽의 또 다른 지상 과제로는 ‘반도체 자립’이 꼽힌다. EU 집행위는 이달 초 유럽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비전과 목표,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제안하면서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이 세계 생산의 20%를 차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1345억유로(약 180조원)를 투입해 역내 반도체 생산 규모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반도체에 대한 미국과 아시아 의존도를 확 낮추겠다는 게 EU의 궁극적인 목표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ASML과 ST마이크로, 인피니언, NSP 등 유럽의 핵심 반도체 기업 네 곳의 2019년 반도체 매출 합계는 405억달러로, 미국 인텔(720억달러)과 한국 삼성전자(557억달러)보다도 적다. AFP통신은 유럽이 매년 중국과 미국에서 들여오는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 규모가 4400억유로(약 596조원)가량 된다고 추산했다.

EU는 미래 기술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반도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U 집행위는 “반도체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율주행, 인더스트리 4.0,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등 공급사슬의 시작 지점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U는 현재 780만 명 수준인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을 2030년 200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2025년 유럽의 첫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2030년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올라서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유럽을 찾는 기업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애플은 이미 독일에 향후 3년간 10억유로를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뮌헨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모바일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14차 5개년 계획에서 외국인 기술자 영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AI, 양자컴퓨팅, 생명공학, 우주항공, 심해탐사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 해외 인재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미국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는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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