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돈 풀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이번에는 최대 4조달러 수준의 거대 인프라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일명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계획으로, 도로와 다리 건설과 같은 교통시설 보강에 더해 재생에너지와 5세대 이동통신 등 미래 인프라에 투자하는 내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1일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인프라 패키지에 직접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산업재와 원자재 주식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공화당 감안하면 그린뉴딜보다 전통 인프라
증권업계는 전통 인프라 분야가 정책 수혜를 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도 동의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법안이 쉽게 통과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이 인프라 법안(Moving Forward Act)을 제시했을 때, 공화당 의원들은 인프라 부양안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같은 그린 뉴딜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맨친 상원의원과 같은 중도파 민주당 의원도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 없이는 법안에 반대하겠다고 나섰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 뉴딜 이외의 사회간접자본 등 전통적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는 양당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있다. 미국 토목학회(ASCE)는 4년마다 발표하는 인프라 보고서에서 도로와 운송, 에너지 등 대부분의 인프라 시설에 D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ASCE는 미국 인프라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10년동안 2조2000억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또 김 연구원은 “지난 2월 한파로 텍사스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난 사건도 낡은 전력 인프라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전통적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비 디어, 아스팔트 벌컨 매터리얼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3일(현지시각) 바이든 인프라 패키지에 수혜 볼 종목을 꼽았다. 건설용 장비를 대여하는 유나이티드 렌탈(URI), 중장비 업체인 디어(DE)와 캐터필러(CAT) 등 산업재가 이름을 올렸다. 건축용 아스팔트와 모래,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벌컨 매터리얼(VMC)와 이글 머터리얼(EXP), 철강 기업 스틸 다이나믹스(STLD) 등 원자재 기업도 포함됐다.골드만삭스의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은 “이 종목들은 지난 1월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후 평균 27% 올랐다”며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이후, 다른 인프라 정책이 발표됐을 때의 수익률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가 추천한 종목 중에서도 벌컨 매터리얼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다.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스트레티직 웰스 파트너스의 마크 테퍼 CEO는 지난 23일 CNBC를 통해 “캐터필러와 같은 중장비 업체도 인프라 부양책의 수혜를 볼 것은 확실하지만 이미 주가에 기대감이 많이 반영돼있다”며 “벌컨 매터리얼과 같은 원자재 종목은 아직 주가가 덜 올랐다”고 설명했다. 25일(현지시각) 기준으로 캐터필러는 코로나 이전 고점보다 60% 가량 상승한데 반해, 벌컨 매터리얼은 16% 오르는 데 그쳤다.
건설기계 외에 농기계도 생산하는 디어는 중복 수혜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손하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디어 전체 매출의 65%를 농기계도 수요가 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과 경기가 회복 되면서 장비 수요가 늘기 때문에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TF는 미국 인프라 담는 PAVE
개별 종목이 부담스럽다면 상장지수펀드(ETF)로 여러 종목에 한꺼번에 투자할 수도 있다. 미국 인프라 기업을 담는 ETF로는 ‘글로벌 X 미국 인프라 개발 ETF’(PAVE)과 ‘아이셰어즈 미국 인프라 ETF’(IFRA)가 대표적이다. 두 ETF 모두 미국 기업 비중이 95%를 넘어가 이번 바이든 부양책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모두 두 ETF 중에서도 PAVE를 탑픽으로 꼽았다. PAVE의 순자산총액(AUM)이 20억달러로, 3억달러에 그치는 IFRA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손 연구원은 “연초 이후 구성종목들의 이익 증가율도 PAVE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PAVE는 건설 중장비 기업과 운송, 철도 관련 기업을 담아 산업재 비중이 75%에 달한다. 건설장비 기업 디어, 부품·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커하나핀(PH), 변압기·차단기 등 전기장비를 제조하는 노퍽서던(NSC) 등을 편입하고 있다.
IFRA도 PAVE와 마찬가지로 미국 인프라 기업을 편입하고 있으나, 산업재 비중이 30% 수준으로 더 낮다. 반면 유틸리티 업종이 40%로 더 높다.
이밖에도 각각 S&P500 산업재와 원자재 지수를 추종하는 ‘산업 섹터 SPDR 펀드’(XLI), ‘원자재 섹터 SPDR 펀드’(XLB) 등이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