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유통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만큼 중고나라의 중고거래를 오프라인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백화점,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변신할까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중고나라 지분의 95%를 인수하는 사모펀드(PEF) 유진자산운용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기로 했다. 롯데 내 투자 주체는 롯데쇼핑으로, 투자금은 200억~3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인수할 권리(콜옵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언제든 중고나라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와 온라인 중고거래 업체가 결합하며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롯데가 운영하는 전국의 백화점 및 마트 점포가 오프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례로 점포에 중고거래를 위한 물품보관소를 만들어 점포 일부를 중고거래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다.
오프라인 점포에 물품보관소를 만들어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비스는 유통업계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지난 1월 편의점 이마트24는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 업체 '파라바라'와 손잡고 일부 점포에 중고거래 물품보관소(파라박스)를 설치했다.
구매자는 파라바라 앱(운영프로그램)에서 물품이 비치된 매장을 확인한 뒤 찾아갈 수 있다. 물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결제를 통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는 중고물품 직거래 시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오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택배 거래 시 실물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보완한 것이다.
점포에 리셀 매장 생기고 택배비 낮아질 가능성도
중고나라 플랫폼에서 재판매(리셀)되는 한정판 제품을 백화점 및 마트 매장에서 선보이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도 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재개장한 영등포점에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인 '아웃오브스탁'을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가 해당 서비스를 이미 선보이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점포와 리셀 중고거래를 연동한 서비스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같은 서비스는 현대백화점도 이미 실시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에 스니커즈 리셀 매장인 '브그즈트 랩(BGZT Lab)'을 선보이고 국내에 재고가 없거나 한정 판매돼 구하기 어려운 스니커즈를 판매하고 있다. 아직 문을 연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성과를 언급하기는 이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자주 언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제 몰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롯데가 택배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운영하는 만큼 비대면 중고거래 시 택배 서비스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고물품 판매자와 구매자는 물건을 더욱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고,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은 물동량이 늘어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고나라 회원수가 2330만명, 월사용자(MAU)도 122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고나라에서 이뤄지는 모든 택배거래를 롯데글로벌지스가 담당할 경우 해당 물동량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중고나라에 투자하며 중고거래서비스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중고나라가 자금력을 토대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 자체는 조성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대기업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스타트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쇼핑과 중고나라 측은 이 같은 신사업 구상에 대한 예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에 투자하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