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23일(23:2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주권익 침해가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이날 제10차 회의를 개최하고 대한항공, 금호석유화학 등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해 이같이 결정했다.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을 비롯해 사외이사(임채민, 김세진, 장용성, 이재민), 감사(김동재)선임건 등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을 비롯해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건과 김동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의 감사 선임건에 반대했다. 수탁위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실사를 실시하지 않고, 계약상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는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가 소홀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국민연금의 이번 판단은 지난 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임시주총에 상정한 정관변경안에 반대한 것의 연장선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모회사 한진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입받기 위해 발행가능 총수를 종전 2억 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을 나섰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해당 안건은 출석 주주 70%의 찬성을 얻으며 통과됐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국적 항공사로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재무지표 개선 및 국제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측의 주장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다.
이날 수탁위 내부에선 대한항공 안건을 두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갈린 가운데 찬성 측 위원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 이후 주가가 상승했을 뿐 아니라, 국민연금이 최근 마무리된 대한항공의 3조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 등을 근거로 든 것으로 전해진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수탁위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관련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고 있지만, 정작 투자는 정반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탁위가 어떤 기준으로 두 국적항공사의 통합을 주주가치 훼손으로 보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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