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지지했던 민주당을 떠나면서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좋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욕망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은 집이 부족한 게 아니라 부동산 투기꾼들이 문제라고 하면서 새집 공급을 그렇게 막더니, 부동산 투기꾼들은 잡긴 했습니까?"30년간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는 한 50대 서울시민이 지지를 철회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공개 질의한 내용 중 일부다.
A 씨는 19일 공개된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통해 자신을 강북에서 33년 된 구축 아파트 20평대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해당 청원은 게재 4일 만에 1500명의 동의를 구했다.
A 씨는 "층간 소음은 기본이고 오래된 아파트라 이웃집의 화장실 소리, 휴대폰 진동소리는 물론 밤에도 오토바이 굉음 때문에 밤에 문도 제대로 못 열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서울에 집하나 장만한 게 어디냐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히 살아가고 있었다"면서 "투기해서 산 집도 아니고, 부정한 방법으로 번 돈이 아닌 열심히 일하고 아끼고 저축한 돈으로도 모자라서 대출을 받아서 겨우 마련한 구축 아파트다. 언젠가는 재개발되어서 지하 주차장 있는 새 아파트에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런 허황된 꿈은 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욕망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은 집이 부족한 게 아니라 부동산 투기꾼들이 문제라고 하면서 새집 공급을 그렇게 막더니, 부동산 투기꾼들은 잡긴 했나? 기억이 없다"면서 "집값 몇 억씩 올랐는데 세금 몇백만 원 더 내는 게 아깝냐고 절망한 무주택자들은 말한다. 1주택 실거주자는 집값이 올라도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말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대기업 노조 빼고는 40~50이면 직장을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라며 "노후에는 믿을 게 국민연금하고 집 한 채 밖에 없는데,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평균 월 100만 원 전후로 알고 있다. 연금으로 노후 생활비는 고사하고 재산세랑 건강보험료라도 다 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A 씨는 "조두순 같은 사회악도 연금으로 월 120만 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왜 투기하지 않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살아온 저는 노후에 100만 원 정도의 연금으로 재산세 및 종부세를 내지 못해서 살고 있는 집을 팔아야 하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국가에서 국민의 노후는 책임을 못 져줄 망정 겨우 마련한 안식처도 세금 때문에 팔아야 하나"라며 "저는 올해 세금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집 살 때 빌린 대출은 열심히 해서 다 갚고 나면 끝이다. 그런데 세금은 죽을 때까지 내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능력 안 되면 집 팔고 수준에 맞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며 "대한민국은 30년 된 20평 아파트가 중산층에게 분수에 넘치는 곳인가. 제가 사업을 말아 먹은 것도 아니고 노름으로 집문서를 날린 것도 아닌데 왜 멀쩡히 살고 있는 집을 세금을 못 내서 팔고 가야 하나"라고 비분강개했다.
A 씨는 "다른 곳은 안 올랐나.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집값이 폭등했지 않았나"라며 "이사 가면 양도세, 복비, 취득세는 무료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집값 오른 건 전 정부 탓이고, 저금리 탓이라고? 집권 초도 아니고 이제 1년도 남기 않은 정권이다. 저금리 탓이라니. 정부는 일 터지고 나면 원인 분석이나 하는 곳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믿고 기다린 사람들은 벼락 거지가 되고, 투기하지 않은 실거주 1주택자도 세금폭탄을 맞는데 끝까지 1주택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기계처럼 대답하는 정부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저는 민주당 지도자들은 왜 그렇게 공공 주택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들은 가족들 데리고 들어가 대대손손 살 거도 아니면서"라고 꼬집었다.
A 씨는 "저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으로 갈 거라 생각했다"면서 "특권과 부정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벌을 받고, 성실히 세금 내고 반칙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은 굳이 투기를 하지 않아도 잘 사는 세상을 꿈꿨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상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어서 부자는 악으로, 가난한 사람은 무조건 선으로 보는 사고방식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사회적 약자는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능한 인원도 일을 잘 못했을 때는 신상필벌에 엄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도 무능한 장관을 단지 같은 편이라고 편드는 모습도 올바르지 않다"면서 "국가를 경영하는데 단지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리 일을 잘 못해도 잘한다고 편들어준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 아니고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적 동지만 우선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전에는 왜 집값을 안 잡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부는 집값을 잡을 이유가 없더라"라며 "마치 투자한 주식 올라가듯이 세금이 엄청 들어오는데 왜 구태여 집값을 잡겠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팜플렛에 있던 '다시는 지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면서 "저는 이글을 이제 이렇게 읽는다"고 말을 맺었다.
"다시는 (민주당을)지지(하지) 않겠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