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빈집에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사건과 관련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 측이 출산 사실을 거듭 부인하고 나섰다.
석모씨의 남편 김모씨는 지난 20일과 21일 방송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해 "아내가 3년 전(경찰이 주장하는 출산 시점)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전 아내 석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출산했다는 시점의 한 달 반 전 모습인데 만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집사람은 절대로 출산하지 않았다. 몸에 열이 많아 집에서 민소매를 입고 있는데 내가 임신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조했다.
구속된 아내가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석씨는 편지에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진짜로 결백해. 결단코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라고 썼다.
석씨의 또 다른 딸 역시 방송에 출연해 석씨의 출산 사실을 부인했다.
석씨는 앞선 17일 검찰에 송치되면서도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만인이 믿고 신뢰하는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인데, 이렇게 아니라고 이야기할 때는 제발 제 진심을 믿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짜로 애를 낳은 적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잘못한 것이) 정말로 없다"고 소리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석씨가 출산 사실을 끝까지 부인함에 따라 추가 DNA 조사를 실시했지만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입장이다. 다만 DNA 조사 결과 외에 석씨가 친모라는 추가 증거는 찾지 못했다. 경찰은 석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석 씨가 임신·출산을 계속 부인하면서 일각에서는 산모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임신거부증'(Denial of pregnancy)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신거부증이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사실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심리·정신적 증상이다.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없어 출산 순간까지 임신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산모가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믿으면 잉태된 태아도 임신 증상 없이 조용히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궁도 둥글게 자라는 대신 세로로 길게 커지고, 태아는 태동도 없어 배우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배가 별로 나오지 않는데다 임신 마지막 달까지 월경이 지속되기도 한다.
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DNA 검사의 정확도가 99.9999%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검사 결과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찰은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 김모씨(22)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숨진 여아의 친부를 찾기 위해 석씨 주변 남성 100여명의 DNA를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경찰은 석씨와 3년 전 연락을 주고받은 남성들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석씨와 택배 관련 연락을 주고받은 택배기사까지 DNA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석씨의 현 남편과 내연남 등으로 알려진 남성 2명은 숨진 여아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여아를 빈집에 놔두고 이사해 숨지게 한 혐의로 김씨(22)를, 큰딸인 김씨의 여아를 약취한 혐의로 석모씨를 각각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석씨가 사라진 아이 행방에 대해 끝까지 함구할 경우 미성년자 약취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