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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체험 후 '사이버 멀미'…뇌파 분석·AI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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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멀미’는 가상현실(VR) 기기 보편화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한 번 VR을 체험한 뒤 메스꺼움, 두통, 구토 등 멀미 증상 때문에 다시는 기기 사용을 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이버 멀미는 기기를 통해 눈이 받아들이는 화려한 시각 자극과 운동 자극 사이의 부조화 때문에 발생한다. 기기를 착용하고 시선을 급하게 돌리면 이 회전 속도를 맞추지 못해 화면 지연이 생긴다.

눈 시각 정보와 몸 위치 정보의 차이가 누적되면서 멀미가 증폭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사용자가 느끼는 멀미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느끼는 멀미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설문지를 통한 평가다. 가장 많이 쓰이는 ‘시뮬레이터 멀미 설문’은 응답자에게 어지러움·메스꺼움·방향 상실·현기증 등을 0에서 3점으로 묻는다. 답변의 일관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임현균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사용자가 VR을 체험하면서 느끼는 사이버 멀미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방법은 뇌파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뇌파 분석은 개개인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쉽고 빠르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우선 8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실험 참가자를 선별했다. 비교적 호르몬 변화가 적은 20대 남성을 위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사이버 멀미 표준 영상’을 제작해 참가자에게 보여줬다. 1주일 간격으로 21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동일 자극을 줬을 때 뇌파 변화를 관찰했다.

두 번의 실험 결과 같은 사람의 전두부·중앙부 등 특정 영역에서 델타·시타·알파의 주파수 범위가 일정하다는 점을 찾아냈다. 뇌파를 통해 VR 멀미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이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연구 결과 사이버 멀미가 심한 사람일수록 뇌파 변화 범위가 컸다. 2차원(2D) 모니터를 통해 VR을 체험할 때보다 머리에 쓰는 고글형(HMD) 기기를 썼을 때 멀미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책임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콘텐츠 제작·개발에 사이버 멀미 등급을 부여하는 등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멀미를 측정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VR 멀미를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500명 이상의 사용자로부터 실험 데이터를 얻어 기계학습을 적용했다. VR 요소와 멀미 간 상관성을 도출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ETRI는 이를 토대로 사용자로부터 각종 생체신호 정보를 얻어 개인별 멀미 유발 유형을 분석하는 기술을 내놨다. 이를 헬스케어 기업 메딕션의 VR 기반 알코올 중독 치료기 ‘메딕션-S’에 적용했다.

ETRI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멀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VR 멀미 저감용 콘텐츠 저작 도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게임 개발사 드래곤플라이가 2019년 출시한 ‘스페셜포스 VR 인베이션’ 개발에 활용됐다.

임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내놓은 뇌파를 통한 사이버 멀미 측정 연구도 ETRI와의 협력을 토대로 이뤄졌다”며 “실험 대상을 확대해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KRISS의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스’에 지난달 온라인 게재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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