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들의 장타 전쟁터는 드라이버를 드는 티잉 그라운드로 한정되지 않는다. 세월이 갈수록 줄어드는 근력에 비거리가 함께 줄어들고, 페어웨이에서도 어느새 아이언보다 유틸리티와 우드를 들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비거리 아이언’이 필요해지는 이유다. 용품사들도 멀리 똑바로 가는 비거리 아이언을 속속 선보이며 골퍼들을 자극하고 있다. ‘짤순이’ 드라이버 탓에 손해 본 거리를 아이언으로 벌충하려는 아마추어 골퍼가 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30도대 로프트로 무장한 피칭 웨지
비거리 아이언을 세상에 처음 내놓은 것은 야마하였다. 2014년 야마하가 로프트(샤프트의 중심에서 90도로 기준을 뒀을 때 페이스와 생기는 각도)를 낮추고 클럽 길이를 늘린 아이언 ‘UD+2’를 선보이면서 ‘비거리 아이언’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겼다. 두 클럽 더 가는 아이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UD+2가 흥행하자 용품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파워 세팅’ 등의 이름을 붙인 아이언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야마하는 올해 2021년형 UD+2를 내놓으면서 기존 38도이던 피칭웨지 로프트를 37도로 낮췄다. 일반적인 브랜드의 8번 아이언 로프트를 장착한 피칭웨지를 선보인 것이다. 신형 UD+2 개발자인 무로카와 이쿠히로는 “거리를 내기 위해 로프트는 낮아졌지만, 페이스 뒷부분에 장착한 스피드 립 페이스가 발사각을 높여줘 높은 탄도를 내준다”며 “7번 아이언으로 5번 아이언 비거리를 내면서도 탄도는 그대로 유지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젝시오가 내놓은 비거리 아이언 ‘크로스2’ 피칭웨지 로프트 역시 37도에 불과하다.
2000년대 피칭웨지의 로프트는 보통 44~45도였다. 최근엔 30도대 웨지가 아이언까지 나오는 등 ‘로프트 디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고개 세운’ 아이언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비거리를 좀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프트가 낮아지면 비거리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 발사각이 낮아지고 캐리 거리가 늘어난다. 로프트가 세워지면 백스핀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임팩트 때 공과 닫는 헤드 표면의 그루브가 적기 때문이다. 더 멀리 날고 잘 구르는 아이언 샷이 가능하다.
○유행처럼 번지는 비거리 아이언
비거리에 중점을 둔 아이언 출시는 용품사들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같은 모델을 내놓더라도 관용성과 비거리를 신경 쓴 세부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다. 미즈노는 JPX921을 내놓으면서 비거리에 중점을 둔 핫메탈(HM) 모델을 선보였다. 미즈노 관계자는 “스핀량과 정확한 거리를 위해 로프트는 다른 모델과 같은 44도를 유지했지만, 페이스를 얇게 설계함으로써 반발 성능을 강화해 거리를 늘렸다”고 설명했다.미국 브랜드들 역시 로프트를 낮추는 비거리 전용 아이언 모델을 내놓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T400 아이언의 피칭웨지 로프트 각도는 38도다. 같은 해 출시된 T100(46도)과 비교하면 8도나 낮다. 캘러웨이 에이펙스21(43도), 핑 G710(43도) 모두 비거리를 위해 로프트 각을 낮췄다.
날 선 아이언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거리는 더 나오지만 탄도가 낮아져 아이언 샷의 생명인 스핀력을 보장받을 수 없다. 같은 번호의 아이언 샷으로 공이 그린에 안착했을 때 런(굴러가는 거리)이 많아져 정확한 샷이 어렵다는 단점이 생기기도 한다.
클럽 구성에도 난점이 생긴다. 아이언 로프트를 낮추게 되면 웨지의 로프트가 과도하게 낮아져 쇼트게임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용품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4번 아이언을 제외하는 대신 피칭웨지 사이에 웨지 하나를 추가하기도 한다. 젝시오 크로스와 타이틀리스트 T400이 일반적인 3개의 웨지 구성 대신 4개의 웨지를 클럽 기본 구성으로 한 이유는 일정한 거리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