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데이터 수집부터 대사 표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윤리적·법적 문제를 드러냈다. 그런데 이루다가 유독 크게 주목받았을 뿐, 대부분의 AI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도 않는다.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쓴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는 AI 세상에서 나타날 다양한 법적 문제를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AI를 중심으로 한 21세기 산업혁명은 18세기 산업혁명보다 10배 더 빠르게, 300배 더 큰 규모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해 도약에 성공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생기게 된다. 21세기형 ‘대분기(大分岐·Great Divergence)’다. 정 교수는 “한국도 대분기를 피할 수 없다”며 “기술 혁신을 통해 재도약할 것인지, 시간만 흘려보내며 퇴보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한다.
AI로 인한 다양한 법적 문제도 예상된다. 특히 AI가 막대한 정보를 학습하는 데서 저작권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현행법상 AI의 저작물 학습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거나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으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하지만 인터넷에 공개된 콘텐츠를 수집할 때 저작권자의 허락을 일일이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AI의 창작 활동에 대한 법적 다툼도 일어날 수 있다. AI가 그린 초상화가 5억원에 낙찰됐다면 누가 이 돈을 받게 될까. 법적으로 누가 저작권을 갖게 되는지에 따라 돈의 행방도 달라진다.
저자는 강조한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가늠하고 정책 방향과 속도에 관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치명적이고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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