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바이오 기업 연구시설 등 생명과학(Life Science)관련 부동산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변화하는 투자 환경에 대응해 대체투자 자산군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글로벌 운용사 블랙스톤이 조성 중인 최소 84억 달러(9조 4000억원)이상 규모의 생명과학 오피스 부동산 영구 펀드(Life Science Office Real Estate Perpetual Fund)에 출자했다. 투자 규모는 5억 달러(56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주로 북미 지역의 코어플러스(Core+) 생명과학 오피스에 주력 투자한다. 코어플러스는 모든 임차가 완료된 코어(Core)자산과 개발 후 시세차익이 가능한 밸류에드(Value-Add)의 중간 성격으로 안정적 임대료 수익과 시세차익을 적절히 도모할 수 있는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생명과학 부동산 투자만을 위한 전용 펀드에 출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그간 일반 오피스 부동산 투자 펀드를 통해 연구시설이 포함된 생명과학 오피스에 부분적으로 투자해왔다.
생명과학 오피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속화된 바이오 산업의 빠른 성장세 속에 견고한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꼽힌다. 수 년전부터 고령화 추세를 타고 성장세를 이어가던 생명과학 산업은 코로나 대유행을 계기로 관련 연구개발(R&D) 수요가 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출근이 필수적인 연구시설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공실 확대 등 코로나 대유행이 오피스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부동산의 가치를 좌우하는 공실 리스크가 적고 불확실한 대유행 이후 국면에서도 꾸준한 유동 인구 확보로 상권 침체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점점 매력도가 높아지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블랙스톤은 이 펀드를 활용해 최근 브룩필드로부터 230만 평방미터 규모의 생명과학 오피스 자산을 34억 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월엔 생명과학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46억 달러 규모의 기업투자 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작년 말 기준 834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대체투자 자산군을 다변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기금운용본부 설립 후 처음으로 목재 등을 재배하는 산림지(팀버랜드)에 투자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엔 북미지역 물류센터, 뉴욕 등 핵심 도시 재개발 사업 등에 투자해 코어급 오피스, 상업시설 등에 집중됐던 부동산 자산군을 다변화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를 보면 큰 덩치에도 국민연금이 글로벌 트렌드 변화가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는 느낌"이라며 "생명과학 연구시설은 위기 방어력이 높은 자산이라는 점에서 연기금 업계의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