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 퇴출은 끝내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18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공원에서 관악구 지역발전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을)짊어지고 간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또 "진심을 전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과 바깥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했다.
앞서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전날(17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다"며 "결국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고, 지금 선거 캠프에는 저에게 상처 주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는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의원들에 대해 직접 사과하도록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그리고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원순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주도한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을 지칭한 것이다.
현재 남인순·진선미 의원은 박영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고민정 의원은 캠프 대변인을 각각 맡고 있다.
박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서 "오늘 박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라 생각한다"며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겠느냐.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면서도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달라"고 했다.
박영선 후보는 앞서서도 피해호소인 3인방을 '쫓아내라'는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요구에 대해 "가부장적 여성비하 발언"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그는 "안 후보로부터 여성의 날에 '쫓아내라'는 가부장적 여성비하 발언을 듣고 몹시 우울했다"며 "'쫓겨난 여성'들을 취재했던 옛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땅의 여성들은 아직도 누군가로부터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반문했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가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과 관련해서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무엇을 어떻게 짊어질 거냐"면서 부족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비대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피해자에게 말로 하는 사과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함께 답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말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