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들이기 위해 필요한 최소 기간은 21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상황은 무려 1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생활 방식의 변화가 이미 습관이 되고도 남을 기간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됨에 따라, 대면 활동의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이미 습관화된 생활 방식은 남을 것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코로나19로 위기와 기회를 모두 맞이했다. 영화관, 콘서트장, 테마파크, 카지노 등 오프라인 기반 사업자들은 방문객을 잃었다. 불가피하게 맞이한 위기였다. 다만, 기회를 얻은 사업자들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 이후, 집에 머무르게 된 사람들의 만만한 놀거리로 자리 잡은 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였다. 시간은 넘치는데 집에만 있어야 한다. 이 때 시간을 보내기에 영상 시청만큼 만만한 게 있을까? 때마침 넷플릭스 및 디즈니플러스는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이었고, 이들은 한 달 내내 재생해도 다 못 정도로 많은 영상들을 확보해둔 상태였다. 글로벌 OTT 가입자의 폭발적 증가는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OTT만으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코로나19가 장기화되었다. 콘서트나 졸업식 등의 행사는 간소화되었고, 굳게 닫힌 영화관 대신 OTT로 신작 영화가 개봉한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도 사라졌고, 2020년 신입생들에게 캠퍼스 라이프는 물 건너갔다. 대체 어디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운 세계는 없을까?
이미 Z세대들은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에서 그 세계를 찾았다.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세계에서 유저는 본인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아바타들과 네트워킹한다. 언뜻 생활형 MMORPG와 닮아 보이나, 메타버스 안에서 유저는 생활형 MMORPG와 달리 직접 콘텐츠(장소, 아이템 등)를 제작해 현실 세계를 온라인에 구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메타버스의 특징을 이용, 코로나19로 불가능해진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마인크래프트로 구현한 강당에서 진행된 졸업식, 포트나이트로 진행된 트라비스 스캇의 콘서트, 제페토로 진행된 블랙핑크 팬미팅이 그 사례이다. 더욱 일상적으로는, 메타버스 안에서 친구들의 아바타와 함게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활동의 제한이, 메타버스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며 메타버스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산업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유니티(Unity)와 로블록스(Roblox)도 연달아 성공적인 IPO를 마쳤다.
정리하자면, OTT 및 메타버스 사업자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떠오르는 놀거리로서 기회를 맞이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완화 이후의 상황은 어떨까? 졸업식도 콘서트도 메타버스에서 하고, 다들 집에서 OTT나 보는 상황이 지속될 리 없다. 오히려 OTT와 메타버스와 같은 온라인 놀거리 뿐 아니라, 오프라인 놀거리까지 선택이 가능한 ?즉, 선택지가 넓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예를 들면 이렇다. 큰 화면으로 보고 싶은 블록버스터는 영화관에서 보고, 공포 영화는 OTT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보면 된다. 서울에서 하는 콘서트는 직접 가고, 뉴욕에서 하는 콘서트는 온라인 스트리밍 혹은 메타버스 내에서 즐긴다.
‘경험에 의한 만족’을 판매하는 산업 특성 상, 온라인이 아무리 발전해도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산업 내 온·오프라인의 공존은 지속될 것이며, 향후 AR/VR 등 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이 더해진다면 하이브리드 형태로도 더욱 화려한 공존이 가능해진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넓어졌고, 앞으로는 더 넓어질 놀거리 선택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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