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박모씨(34)는 공시가격을 확인한 뒤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같은 층에 사는 친구 A씨보다 공시가격이 1000만원 이상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 아파트와 A씨 아파트 시세는 9억원대로 같다. 박씨는 “같은 단지 내 같은 주택형이고 조망 등도 차이가 없는데 공시가격이 10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른 서울과 세종시를 중심으로 ‘고무줄 가격’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공시가격 열람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H아파트 20×동 1×층의 전용면적 84㎡ 공시가격은 6억1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도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20×동 1×층의 공시가격은 5억9900만원으로 산정돼 두 주택의 차이는 1200만원이다. 두 단지의 분양가격은 3억4000만원으로 같았다. 세종시 M공인 관계자는 “동 위치나 조향, 일조 등이 비슷해 시세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공시가격이 달라 다들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달랐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10억 클럽’을 달성한 새롬동 ‘새뜸마을’ 11단지 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2억7800만원(60%) 뛴 7억35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인근 ‘새뜸마을’ 10단지 공시가격도 7억10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억720만원(62%) 올랐다. 이들 단지의 실거래가격이 11억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두 단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0%를 넘어선다. 반면 지난 1일 11억300만원에 실거래된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1차 전용 84㎡ 공시가격은 6억1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세종시보다 공시가격이 1억원가량 낮아 현실화율은 55% 수준에 그친다.
이렇게 공시가격에 따른 불만이 높아지는데도 정부는 구체적인 공시지가 산정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참고 자료를 내고 “주택의 동이나 층 위치, 조망, 조향, 일조 소음 등에 따라 같은 단지 내 같은 층이라도 공시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른 서울과 세종 등을 중심으로 이의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공시가격이 14%가량 올랐던 2019년 이의신청 건수는 2만8753건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20년에는 3만7410건이 접수됐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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