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고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유동성 관리에 착수했다. 한은의 유동성 조절수단인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증권) 발행 규모를 줄여 유동성 흡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올 상반기 7조원 이상의 국고채도 사들이기로 했다.
한은은 오는 17일에 발행하는 2년 만기 통안증권 물량을 기존 2조2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16일 발표했다. 오는 22일 계획한 1년 만기 통안증권 발행 규모도 6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달 하순 통안증권 발행규모를 2조8000억원어치에서 1조4000억원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통안증권은 한은이 시중 유동성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 채권이다. 가령 시중 유동성 회수하려면 통안증권을 발행하고, 반대로 유동성을 시중에 풀려면 통안증권 원리금을 만기 전에 투자자에게 갚는다.
통안증권 발행규모를 줄인 것은 그만큼 유동성 회수 규모를 줄이려는 시도다. 시장금리를 끌어내리는 효과도 나타난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만기를 막론하고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도 오르는 시장금리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통안증권 발행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도 "이번 조치는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를 촉진하고 금리변동성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1조4000억원가량의 본원통화를 시중에 남겨두게 됐다. 통화승수(통화량÷본원통화)가 14배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중에 19조6000원(1조14000억원×14) 규모의 유동성을 회수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화승수란 한은이 시중에 1원을 공급했을 때 시중 통화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은은 또 지난 9일 국고채 2조원어치를 9일 긴급 매입한 데 이어 추가 국고채 매입도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올 상반기에 지난 9일 매입분을 포함해 총 7조원어치를 웃도는 규모의 국고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시장금리는 한은이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일제히 내림세를 나타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0.061%포인트 내린 연 1.177%에 마감했다. 전날 연 1.238%로 치솟았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10년물 국고채 금리도 0.054%포인트 빠진 연 2.098%에 마감했다.
하지만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국내외 시장 금리가 재차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맞춰 한은도 국고채 매입에 재차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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