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16일(23:3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반대 권고로 논란이 된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한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노동계·시민단체 측 위원들이 사퇴를 표명하며 향후 또 다른 내홍을 예고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16일 올해 제8차 위원회를 열고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견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수탁위의 논의사항이 아니었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일 오후 공시를 통해 찬성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일부 수탁위원들이 반발하면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수탁위는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에서 추천한 수탁위원들이 찬성 의결권 행사가 결정된 삼성전자 사안에 대해 재논의를 요구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수탁위는 의원 다수의 합의로 당초 심의 예정이던 삼성물산, 만도, 하이트진로 등에 대한 판단을 마친 뒤 삼성전자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을 논의하기 전 홍순탁 에셋인피플 대표,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 전창환 한신대 교수 등 위원 등이 퇴장하며 6인의 위원이 논의했다.
수탁위는 기금운용본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탁위는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해 대외적으로 공시한 사항을 수탁위에서 심의·결정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주총 안건에 대해 행사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수탁위는 기금운용본부가 관련 지침 및 기준에 따라 삼성전자 주총 안건을 분석,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과 감사위원 선임, 대표이사단의 사내이사 재선임, 배당 계획이 담긴 재무제표 승인, 이사보수한도 등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기금운용본부는 이에 대해 지난 10일 이사보수한도안을 제외한 나머지 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15일 이를 공시했다.
다만 수탁위는 향후 수탁위원들의 발의를 통한 안건 회부 절차에 있어 요청 시한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향후 수탁위 논의를 거쳐 보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주총은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삼성전자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해당 사외이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재판 기간에 선임돼 활동하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ISS측의 판단이다.
하지만 같은 외국계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경제연구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등은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그 외 특별배당금 성격의 10조7000억원(1주당1578원)이 더해진 기말배당금이 포함된 제52기 재무제표 승인 건,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등 삼성전자 대표이사단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 등에는 모든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찬성'으로 일치했다.
수탁위는 삼성물산, 만도, 하이트진로 등 다른 논의 기업들에 대해 의결권 방향을 심의한 결과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들에 찬성하기로 했다. 다만 삼성물산과 만도의 이사보수한도안에 대해선 반대했다.
한편 이날 홍순탁 이상훈 위원이 항의의 표시로 사퇴를 표명하면서 본격적인 주총 시즌을 앞둔 수탁위가 파행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퇴한 위원들은 기금운용본부가 수탁위가 공시 직전 수탁위가 판단하겠다 요청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진행한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다면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수탁위 회부가 가능한 사안이었고,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결정이었다는 비판적 시각도 국민연금 안팎에서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수탁위 결정 내용을 보면 기금운용본부의 판단이 지침이나 그간의 사례에 비춰 하자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며 "당초 수탁위에서도 논의할 계획이 없던 사안인데 ISS가 반대 의견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논의 선상에 올리는 것부터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퇴를 표명한 위원들에 대해 "의결권 행사의 대상인 기업 입장에선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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