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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탈 플라스틱 확산하는 ‘플라스틱 방앗간’ 기획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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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탈 플라스틱 확산하는 ‘플라스틱 방앗간’ 기획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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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플라스틱 방앗간이 이슈다. 서울환경연합에서 시민참여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된 플라스틱 방앗간은 곡물을 가공해서 식재료를 만드는 방앗간처럼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해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한다. 이 캠페인은 글로벌 친환경 프로젝트인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을 기반으로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플라스틱 재활용을 시도해 보자는 의미로 시작하게 됐다.

생수병 뚜껑처럼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수거기간에 맞춰 예약하고 방문하면 분쇄된 재료를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캠페인 참여를 위해서는 먼저 참새클럽에 가입해야 한다. 지난해 7월 1일 참새클럽 500명 모집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트위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신청자가 나흘 만에 900명 넘어섰다. 두 번째 시즌은 오픈 5시간 만에 정원이 마감됐다. 최근 진행된 세 번째 시즌은 접속이 폭주해 홈페이지가 먹통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동이(28) 서울환경연합 미디어홍보팀장은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단체의 활동을 앞단에서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서울환경연합에서 이동이 팀장을 만났다.

이동이
출생연도 1993년생
입사일 2015년 7월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비영리시민단체(NGO) 서울환경연합에서 미디어홍보팀 팀장을 맡고 있다.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에 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관리하는 업무부터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환경 관련 유튜브 콘텐츠 기획·제작과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저희가 NGO 중에서는 빠르게 유튜브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단체 영상을 올리는 아카이빙 채널로 사용하다가 2019년 9월부터는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라는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다. ’접착제가 남은 박스도 재활용되나요?’ ’아이스팩은 어떻게 버리나요?’ 등 시민들이 질문을 남겨주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님이 답변해 주는 콘텐츠다.”

플라스틱 방앗간 기획 배경도 궁금하다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를 차용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누구나 쉽게 폐 플라스틱의 업사이클링에 참여하도록 플라스틱 가공 기계를 제작할 수 있는 도면을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 작업을 하는데 공간, 인력, 기계설비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 공모에 당선돼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3년간 진행되는 사업으로 작년이 1차년도였다.”

참가 신청자가 많았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이 재활용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늘면서 참여도가 높았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세 번째 시즌을 오픈했는데 접속이 폭주해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홈페이지 문제 때문에 2차까지 추가모집을 진행했고 6000명이 지원했다. 시즌 1, 2 때 플라스틱 방앗간이 인기를 모으면서 기다리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참여자가 늘어난 것을 보면서 쓰레기 문제에 관심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하나
“2018년 봄 쓰레기 대란부터 시작해서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느낀다. 예전에는 내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해서 버리면 이후에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몰랐다면 최근에는 내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해서 버려도 재활용이 안되는 게 있다는 것에 관심 가져준다. 나아가 재활용이 안되게 만든 기업들이 책임을 지고 정부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같이 내주고 있다.”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2020년 7월 애정을 가지고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도시공원 일몰제’가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공원에도 일부 그런 면적이 있었다. 이러한 도시공원 일몰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우리동네 공원 중 어디가 해당되고 면적은 얼마나 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 형태의 리플릿을 만들었다. 이러한 홍보 활동을 통해 시민들도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서울시에서도 저희의 요구를 받아들여 예산을 편성하는 등 사라지는 공원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반대로 고충이 있다면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저희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법제화가 됐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반대로 재활용 쓰레기처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환경 문제 외에도 많은 환경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전기 코드만 꼽으면 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석탄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 등 시설로 건강 피해를 보는 지역 주민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게 저희의 역할인데 사람들의 관심이 없을 때는 저희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담론화 시키는 게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입사한 계기가 특별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기보다 여러 직업을 경험해 보고 내게 맞는 직업을 찾고 싶었다. 비영리기관에서도 일을 해보고 싶어서 제가 후원하고 있던 서울환경연합에서 자연스레 일하게 됐다. 입사 후 6개월 정도는 생태도시팀에서 한강 관련 활동을 하다가 이듬해부터 미디어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실제로 환경 관련 전공자보다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아서 일하는 분들이 많다.”

NGO 홍보 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활동가들은 각자 담당 분야에 깊게 들어가서 활동하지만 홍보 담당자는 단체에서 하고 있는 모든 활동에 대해 맥락을 알고 있어야 한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 같다. SNS 채널 운영이나 영상 콘텐츠 제작 등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기저에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또한 글 쓰는 능력은 기본이다. 어떤 환경 이슈가 터졌을 때 왜 문제인지, 배경과 대안은 무엇인지, 정부-기업-시민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게 영상이든, 이미지든 기반은 글쓰기다.”

향후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서울환경연합은 1988년부터 우리나라 환경을 지켜온 가장 오래된 환경단체다. 개인적으로 저희 단체에도 후원과 활동을 함께해 줄 유명인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도는 해봤지만 쉬운 일은 아니더라. (웃음) 그린피스나 유니세프 등은 유명인들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지 않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플라스틱 방앗간을 운영해보니 재활용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재활용해서 만든 물건도 결국 플라스틱이고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다. 이걸로 수익을 창출해 운영하는 게 어렵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보니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 저희처럼 운영하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지속 가능한 운영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 예를 들어 지자체나 마을공동체사업, 도시공동체 등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플라스틱 방앗간을 세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플라스틱 방앗간이 재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절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아니다. 어떤 물건을 한 번만 쓰고 버린다는 것 자체가 낭비라는 것을 얘기할 시점인 것 같다.”

NGO 취업을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조언 한 마디
“일단 관심 분야의 단체들을 소액이라도 후원하면 정기적으로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단체랑 관계를 맺게 되면 일을 할 때도 수월하다. 채용과 관련해서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홈페이지에 채용 공지가 가장 많이 올라온다. 전국 단체들의 채용정보를 볼 수 있다. 요즘은 서울형 뉴딜일자리나 청년활동가 등을 통해 6개월에서 9개월 정도 단체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채용공고를 통해 선발하기 보다 일자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을 고용 승계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zinysoul@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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