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올려놓고 애꿎은 시민만 잡느냐.”
정부가 지난 15일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자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에 쏟아진 반응이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19.08% 급등했다. 서울 대부분 자치구는 20~3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종시(70.68%)는 비트코인처럼 수직 상승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 60여 개 지출 항목에 영향을 준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집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세금 등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올해 공시가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07년(22.70%) 후 14년 만에 최대치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세반영률이 70.2%로 작년보다 1.2%포인트 정도만 상승했다” “시세 상승이 가장 큰 요인” 등이라고 면피에 급급했다. 한마디로 “공시가격 상승에 정부 잘못은 없다”는 식이다.
이날 보도자료에도 공시가 급등에 따른 반발을 우려한 듯 ‘공동주택의 92.1%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 가구는 세율 인하로 전년 대비 재산세가 감소한다는 설명도 함께 덧붙였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 상승에 따라 재산세 세수만 작년보다 36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종부세 증가액에 대해 묻자 “종부세는 인별 과세라 정확하게 얼마나 늘어날지 분석이 쉽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부가 세수 증가를 애써 감추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집값 급등 원인으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첫손에 꼽는다. 이번 정부는 출범 후 25번의 대책을 내놓으며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을 조였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등 정비사업 규제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고 집값이 오르면서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까지 나타났다. 작년 7월에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보호법을 강행해 전세시장이 과열되기도 했다. 잠잠했던 세종 집값은 작년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 발언 이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가파르게 뛰었다. “정부에 집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적 없다” “집값이 오른다고 소득이 오르는 게 아니다” 등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90% 수준으로 높일 예정이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공시가격은 매년 오르는 구조다. 내년에는 더 많은 서민과 은퇴자들이 늘어난 세금 고지서를 들고 한숨을 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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