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벼락거지’(상대적 빈곤에 빠진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집값이 급등했지만 서울 서초구, 부산 연제구, 경기 고양·안양·과천시 등 유망 투자지역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합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수많은 교통망 구축 사업 중 핵심 지역을 골라내기 위해선 도로와 철도 인프라 사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황성환 씨·필명 IGO빡시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 ‘2021 한경 머니로드쇼’에서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 제시한 재테크 전략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회계사, 황성환 교통망 전문가 등이 연사로 참여해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과 각종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교통망 뚫리는 곳 주목해야
첫 강연자로 나선 이 대표는 올해 서울 집값 상승률 전망치를 9.9%로 제시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과거 부동산 시장에서는 통상 ‘상저하고’(상반기 하락-하반기 반등) 장세가 펼쳐졌다”며 “하지만 최근 2~3년간은 ‘상고하고’(상반기 상승-하반기 상승)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올해 주택시장 주요 트렌드로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크면 클수록 좋다)을 꼽았다. 그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큰 집, 큰 주택형을 선호하는 거거익선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2·4 대책’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을 주도하는 대신 용적률 확대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2·4 대책’에 담겨 있지만 현금청산 우려 등으로 시장의 참여가 저조할 전망”이라며 “광명시흥지구 개발 사업의 경우 ‘제2경인선’ 등 교통망 구축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부동산 세법 전문가’인 이 회계사는 “작년부터 가장 많은 상담 문의가 오는 분야가 ‘증여’라며 “증여를 통한 절세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견디기 힘든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통한 ‘우회 대응’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데다 증여세는 언젠가 내야 할 돈이라고 생각하는 다주택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황씨(필명 IGO빡시다)는 ‘교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주제 발표를 통해 “도로망과 철도망 구축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월곶판교선’과 ‘신안산선’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곶판교선은 경기 광명, 안양, 판교 등 수도권 남부 주요 업무지구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신안산선은 경기 안산, 광명을 거쳐 서울 여의도까지 이어진다.
“LH 사태로 정책 추진 동력 약해질 것”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이 대표는 “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 하락으로 (공공 주도 개발 등) LH가 주도하는 각종 사업은 정상적인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계사는 “이미 아파트·단독주택·토지 공시가격 급등으로 1주택자의 세금 부담까지 커진 상태”라며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불만이 큰 상황에서 공직자의 투기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 노하우도 소개했다. 아파트보다 규제가 덜하고, 월세를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꼬마빌딩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황씨는“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유동인구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양재역, 인덕원역 등 교통망 호재와 탄탄한 배후수요를 겸비한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