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랜드의 연이은 출사표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전운이 돌고 있다.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으로 쌍용차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2만여대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약 4만대 규모로 증가했다. 아웃도어 열풍으로 레저용 차량(RV)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쌍용차가 독점하던 시장에 쉐보레가 뛰어들며 경쟁도 시작돼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수입차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쉐보레는 콜로라도의 부분변경 모델 리얼 뉴 콜로라도를 선보였다. 미국 정통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는 국내 시장에서 '생계형 짐차'로 굳어졌던 픽업트럭 이미지를 깨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모델이다. 부분변경 모델을 통해 프리미엄 사양 'Z71-X' 트림까지 선보이며 월 평균 5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지프도 지난해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가세했다. 지프의 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랭글러를 닮은 올 뉴 글래디에이터는 사전계약 접수 2주 만에 초도물량 300대가 완판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포드가 와일드트랙과 랩터 등 뉴 포드 레인저 2종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도전한다. 콜로라도와 글래디에이터가 가솔린 엔진을 얹은 것에 반해 포드 레인저는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차로유지보조(LKAS) 등의 기능으로 도로주행과 오프로드 주행을 두루 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포드 레인저 랩터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지상고도 더 높다.
수입 브랜드들의 도전으로 가격대도 2000만원대부터 6000만원대까지 다양해졌다.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인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가 2000만원대부터 3000만원대 사이를 차지하고 쉐보레 콜로라도는 3000만원대에서 4000만원대 가격에 형성돼 있다.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은 4000만원대 후반에, 레인저 랩터는 6000만원대에 자리잡았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가격도 6000만원 후반대다.
업계는 다양한 브랜드의 픽업트럭이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픽업트럭은 SUV의 거주성과 승차감, 높은 시야를 갖추면서 상용 트럭의 넓은 짐칸을 겸비했다. 평일에는 도심에서 일상 용도로 사용하다 휴일이면 텐트, 자전거, 서핑보드 등 레저 용품과 장비를 싣고 교외로 떠나기 용이하다.
승용차가 아니기에 유지비가 낮다는 장점도 있다. 픽업트럭은 국내 도로교통법상 비영업용·적재량 1000㎏ 이하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세액이 2만8500원에 불과하다. 2000㏄이상 대형 승용차와 비교해 연간 50만원 가량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취득세도 일반 승용차 7%보다 낮은 5%를 적용받는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 성장과 함께 쌍용차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쌍용차의 입지는 확고하다. 2018년까지 시장을 독식해왔고 수입차 브랜드가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판매량 대부분은 여전히 쌍용차의 차지다. 쌍용차의 국내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은 2019년 96.9%를 기록했고 2020년에도 86%를 넘었다.
1월에는 경쟁 차량의 5배가 넘는 2292대를 팔아 꾸준한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 2일 쌍용차 평택공장이 재가동을 시작한 만큼 주춤했던 렉스턴 스포츠 판매량은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상반기 렉스턴 스포츠 부분변경 모델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수입 브랜드와 본격 경쟁에 나서도록 상품성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그릴 크기를 키우고 새로운 범퍼 디자인을 적용하는 동시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의 기능을 더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하는 픽업트럭 시장에서 쌍용차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그간 쌍용차에 지속 가능한 사업 계획을 요구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쟁사들이 SUV 시장에 뛰어들며 쌍용차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픽업트럭 시장 상황은 다르다. 원활한 생산이 가능하다면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는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 지위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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