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과거의 발자취는 그 나름의 주제 의식을 담는다. 언뜻 어둡고 가리워진 길이었음에도 성찰을 거쳐 결국 믿음으로 우리를 이끌곤 한다. 1997년 KBS 2 ‘파랑새는 있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김성희 또한 그렇다. 23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연기에 대한 그의 열망은 전보다 훨씬 더 깊어졌고 성장했다.
“배우는 뚜렷한 가치관과 강철 같은 심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전하며 그의 눈은 쉴새 없이 번뜩였다. 사람의 감정은 눈빛을 통해 드러난다는 말이 있듯이, 배우 김성희의 눈동자도 그 의지를 고스란히 표현하며 마주했다. 여느 20대 배우 지망생에 못지않은 그 꿈과 목표를 갖춘 채로 말이다.
오랜만에 화보 촬영장을 나섰다는 그는 “90년대 초의 김성희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웃으며 말하며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2019년 단편영화 ‘미희’에 출연한 배우 김성희. 연예계 데뷔한 이래로 처음으로 영화 출연에 도전하게 된 작품인 만큼 더 뜻깊게 다가왔다고. 이번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은 갖추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연기 활동을 쉬는 동안 성우와 마술 활동에도 도전했다는 그에게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의욕이 많은 편인지 묻자 김성희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스스럼없이 도전해보는 편”이라며 “나의 채널이 국한되었다고 느꼈고 나만의 강점과 특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최고위정보통신과정 ICP에서 강의를 잠시 서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걸어온 그. 이때 경험이 향후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묻자 “그 일을 하면서 5kg 빠지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리더십이 무엇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라며 담담하게 답했다.
2017년에는 오페라 ‘아리아의 밤’ 해설을 직접 맡았는데, 자신이 공부해서 해석하는 일이다 보니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무척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이라는 걸 공부하면서 절실히 느꼈다고 말을 이었다.
KBS 14기 탤런트 출신인 그는 손현주, 이병헌 등과 동기. 당시를 회상하며 김성희는 “이병헌은 개구졌고 재밌는 아이”라며 “항상 아침에 나를 차 태워주곤 했는데 매사 긍정적이고 차분했다”라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멋지게 생각하는 동기다. 한국에선 이미 스타인데 무술 연기를 직접 다뤄 해외 영화에도 진출한 용기는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술집 여성 등 주로 단면적인 성격의 역할을 맡은 만큼 당시 섭섭한 감정이 많이 들진 않았을까 묻자 그는 “당시로선 국한된 모습의 연기만 보이는 것 같아 싫었다. ‘파랑새는 있다’ 이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일일연속극에서 또 다방 레지역 제의가 들어오더라”라며 “하지만 지금 와서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느낀다. 내가 그렇게 그 역할을 잘하는 것도 아니였다”라고 답했다.
서민들의 애환을 보여줬던 KBS 2 ‘파랑새는 있다’. 최근 기획되는 드라마 작품에 대해 아쉬운 마음은 없는지 묻자 “요즘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기보다는 대부분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스토리”라며 “그만큼 드라마 속에 휴머니즘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 작중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 매우 기뻤다고. “한번 배역을 수행하고 나니 카타르시스가 찾아올 정도로 새로웠다”라고 답한 그였다.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 나간 후부터 가정생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곤 한다는 김성희. “개인적으로는 가정에 충실했고, 많이 참고 유지했다고 느낀다”라며 “원래 가족을 이루다 보면 힘든 일이 찾아오는 법이다. 엄마들은 그걸 참을 수 있는 거고”라고 조곤조곤 말했다.
과거 방송에서 영화배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던 딸. 엄마로서, 인생 선배로서 조언할 부분은 없을까. 그는 이에 대해 “배우는 뚜렷한 가치관과 강철 같은 심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배우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면 화려한 모습만 눈에 담지 말고 인문학 공부도 병행하면서 도전하길 바란다”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결혼 생활을 위해 잠시 연기 활동을 쉬었던 김성희. “인생 속 역풍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라며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답하기도.
그렇다면 그에게 연기는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중에 무엇에 속할까. 그러자 김성희는 “좋아하는 일”이라며 “과거 연기 활동을 하며 최선을 다하고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최고의 결과물은 아니었다. 한계점을 딛는 역량으로 작품에 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기에 대해 20대에 느끼는 것과 지금 느끼는 것,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묻자 “20대에는 연기 활동에 그저 몰입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50대인 지금은 연기 활동엔 섬세함이 필요하고 그것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설은주
헤어: 코코미카 성익 이사
메이크업: 코코미카 경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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