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청약 첫날 100만여 개의 증권 계좌가 몰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수요예측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최다 청약자 수까지 기업공개(IPO) 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개 증권사에서 동시 진행한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 총 126만여 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34만 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에 각각 약 24만 건, 22만 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한국투자증권 28만 건, 하나금융투자도 13만여 건을 접수했다. SK증권은 약 4만 건이었다. 청약 첫날에만 약 126만 개 계좌가 참여했다.
지난해 증권사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카카오게임즈에 약 42만 개의 계좌가 몰린 것과 비교하면 세 배에 이르는 규모다. 균등배분제를 적극 활용하려는 공모주 투자자들이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 계좌를 동원해 청약에 나서면서 신청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6개 증권사의 신청 수량을 종합한 첫날 경쟁률은 75.87 대 1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는 삼성(154.38 대 1)이 가장 높았다. 배정 물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10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배정 물량이 가장 많은 NH투자는 큰손 투자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82.38 대 1로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투(78.16 대 1)와 미래에셋(63.32 대 1)은 평균보다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SK는 경쟁률이 30.90 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14조1500억여원이 유입됐다. 카카오게임즈에 청약 첫날 16조4000억원이 몰린 것보다는 적다. 카카오게임즈는 이틀 동안 58조5000억여원의 증거금을 모으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증권가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카카오게임즈 기록을 깰지 주목하고 있다. 청약계좌 수로는 압도적이지만 균등배정을 노린 최소청약자 수가 많을 경우 증거금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는 이번 청약에 300만 개 이상의 계좌가 동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청약 마지막 날 신청이 몰린다는 점에서다. 올해 새로 개설된 증권계좌 수만 200만 개에 이른다.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에서만 1~2월 60만 개가 신규 개설됐고 미래, 한투, 삼성 3개사에서 총 120만 개 계좌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균등배분제로 받을 수 있는 주식 수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에서 106만1438명 이상이 청약할 경우 최소청약수량인 10주를 신청하더라도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청약자 수가 균등배정 주식 수를 넘어가면 무작위 추첨을 통해 1주를 배정하기 때문이다. 한투는 65만9813명, 미래에셋은 63만1125명, SK는 22만9500명, 삼성과 하나는 14만3438명 이상 청약할 경우 추첨을 통해 1주를 나눠준다. 전문가들은 배정이 불확실한 균등 물량 대신 마이너스 통장 등을 이용해 청약 마지막날 비례배정을 공략하라고 조언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하나금투에서는 이미 추첨으로 균등배정을 받게 됐다”며 “배정 물량을 늘리고 싶으면 최소 수량만 넣지 말고 여유자금을 동원해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에 자금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전예진/김종우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