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월 임시국회에서 상병수당제 도입을 위한 건강보험법 개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이름을 바꾸고, 가사근로자법을 제정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상병수당제도의 경우 아직 기초적인 연구용역 결과가 없는 데다 막대한 재정 소요를 이유로 의사협회 등이 반대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입법 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2017년 5월 맺은 ‘대선승리 노동존중 정책연대협약’에 따라 분기별로 정책협의회를 열어 노동 관련 현안을 공유하고 입법 과제를 선정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을 출범시키면서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선정하고 두 달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한국노총은 이날 중점 입법 과제로 △근로자의날→노동절로 명칭 변경(근로자의날법)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공공기관법) △가사근로자법 △사회서비스원법 △상병수당제 도입(건강보험법) 등 5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근로자의날 명칭 변경과 상병수당제 도입, 가사근로자법 제정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의날 명칭 변경 추진은 노동계에서 ‘근로’라는 개념이 사용자 종속적이라며 능동적인 개념의 노동절로 바꾸자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매년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왔으나 1963년 ‘근로자의날 제정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근로자의날로 불러왔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일을 못하게 된 경우 정부가 생계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이른바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고 쉬는 동안 일정 금액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재원이다. 2019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상병수당제를 도입하면 매년 8055억~1조7718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대한의사협회는 “막대한 재정 소요에 대비한 재원 조달 방안 고민 없이 상병수당 강제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이 아니라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 체계를 통해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상병수당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기금도 사실상 고갈 상태여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간병·육아 등 비공식 가사노동을 근로기준법 포괄 범위에 편입하는 내용의 가사근로자법은 야당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아 입법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당정 협의에서도 우선 처리를 공언했던 법안이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노총은 이달 말 종료되는 여행·항공·공연업 등 8개 업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 연장과 지원 업종 확대를 요구했다.
백승현/임도원 기자 argo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