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05일(16:4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사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나타나는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 등 물가상승에 이어 유동성 부문에서도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인플레이션의 복귀와 장기금리 상승 가능성' 세미나에서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 사슬이 훼손된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며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인플레이션은 여신금리 상승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유동성 확대의 한 축이었던 가계대출 부문의 부실화 가능성을 점검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발표자로 나선 이강욱 나이스신평 금융평가실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 유가·식료품·원자재 등 시중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 가계저축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 잠재됐던 소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부문 투자가 오랜 기간 부진했고 각종 규제가 늘어나 투자를 통한 생산량 확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이스신평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우려되는 부문으로는 은행 등 여신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을 꼽았다. 이 실장은 "지난해엔 주택거래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거래가 늘어났고 그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가계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며 "가계부채는 위험가중치가 낮아 은행들의 규제자본비율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여신금융회사들의 레버리지비율은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기준금리 인상 이전에 조달 비용상승으로 여신금리 상승이 먼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들의 대출 재원 가운데 2년미만 정기예금의 비중이 7~8년전만해도 50%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요구불예금과 기업들의 단기 예치금, 은행채 등 시장성 자금의 비중은 18%가량으로 높아졌다. 국내외 시장금리가 오르면 여신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과 기업들도 투자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실장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나면 금융회사들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신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은행으로 유입되는 재원이 감소하거나 조달비용이 상승할 여신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 등과 관련한 시중 유동성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으로 일부 차주의 원리금상환을 유예시킨 것도 시한폭탄이다. 이 실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원리금 상환 유예정책이 만료되면 그동안 수면아래 있던 부실자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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