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지정 전 해당 지역에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LH 직원들의 적반하장식 반응이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글을 쓸 수 있다.
4일 블라인드에 따르면 'LH 투기 의혹' 관련 게시물에 LH 직원들을 두둔하는 내용의 반응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며 "내부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썼다.
또 다른 직원은 "요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자금을 마련)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판국에 LH 1만명 넘는 직원들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걸렸을 수도 있다"며 "무조건 내부정보 악용한 것 마냥 시끌시끌하네"라고 썼다.
이 직원은 "막말로 다른 공기업, 공무원 등 공직 쪽에 종사하는 직원들 중 광명 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을까"라고도 했다. 다른 공기업 직원이 "필지를 공유지분까지 해서 직원들끼리 똑같은 위치 토지를 나눠 사는 건 기획부동산"이라고 지적하자 이 직원은 "공유지분이 불법이냐"라고 되물었다.
젊은 LH 직원들의 반발 기류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 직원은 "저거 해먹은 거 다 50대 이상들"이라며 "2030직원들은 똥치우느라 바쁜건 둘째치고 욕까지 먹고 있다. 586세대가 문제니 욕하더라도 586으로 한정해줬음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제보를 받아 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LH 직원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민변은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10필지 2만 3028㎡(약 7000평)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매입 자금 중 약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추정되며 특정 금융기관에 대출이 몰려있다고 단체들은 설명했다.
한 직원이 서로 다른 시기에 2개 필지를 매입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배우자 명의로 함께 취득한 경우 퇴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공동으로 취득하는 경우도 확인됐다고 이들 단체는 밝혔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엄중 대응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에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언급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 투입해 한점 의혹 남지 않게 강도높이 조사하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등 엄중 대응하라"면서 "투기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