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에 이어 울산 공공의료원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들을 경제성 검토도 없이 줄줄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재정 낭비를 막는 ‘안전 장치’인 예타가 문재인 정부 들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2일 민주당 울산시당에서 열린 ‘재보선 필승 결의대회’에서 울산 공공의료원 사업과 관련해 “예타 면제로 최단시일 내 유치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울산의 의료시설 부족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광역시 이상 도시 중 광주, 대전, 울산만 공공의료원이 없다”고 말했다. 울산 공공의료원은 약 2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5년까지 300~500개 병상의 대형 병원을 짓는 사업이다. 울산 내 후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오는 9일 대선 출마를 위한 당대표 사퇴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또 하나 약속한 셈이다.
지난 1월에는 서부산의료원과 대전의료원 사업이 기획재정부로부터 각각 예타 면제 결정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부산과 대전을 각각 방문해 서부산의료원과 대전의료원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다. 서부산의료원은 사업비 2187억원이, 대전의료원은 1326억원이 투입된다.
가덕도 신공항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을 통해 예타를 면제받을 근거가 마련됐다.
기재부 장관이 신공항 건설 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비는 정부는 최대 28조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최대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 2월까지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은 총 96조8697억원 규모였다. 이명박 정부(61조1387억원)와 박근혜 정부(23조9092억원)의 예타 면제 규모를 합친 것보다 큰 수치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광주시의회, 전북 부안군청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예전에 없을 정도의 대규모 예타 면제를 했지만 사업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서 주민들은 실감을 못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예타 면제 사업을 더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사업시행자가 80% 이상 재원을 부담하는 광역교통시설과 광역버스운송 사업을 예타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교롭게도 예타 면제 내용을 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었다. 최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 D노선(GTX-D) 등 대형 광역교통사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예타가 완화되고 면제받는 사례가 늘면 대형 건설사업을 통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통제하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도원/성상훈 기자 van7691@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