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경남대 정치학과 교수·사진)은 2일 “1000명 남짓에 불과한 여론조사 결과로 인구 1000만명 수도를 책임지는 야권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 밋밋하다”며 “유권자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단일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원 여부와 관계없이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집 단일 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야권 단일화 상대방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은 “시간이 부족하다, 100% 여론조사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반대하고 있어 이 문제가 향후 야권 단일화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시장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김 실장은 지난 달 23일 당의 재보선 선거 전략 등을 총괄하는 비전전략실장에 임명됐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정책대변인을 역임하는 등 안 대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김 실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오는 4일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된 이후 안 대표 측과 시작될 단일화 협상의 주요 원칙을 크게 세가지로 제시했다. 국민참여경선에 대해선 “국민의당과 논의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단일화 투표에 참석하는 사람을 1000명 남짓으로 제한하지 말고 수십만명, 수백만명으로 늘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안철수 대표도 절대 손해보는 게 아니다,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는 오는 4일부터 공식 후보 등록일(18~19일) 직전인 17일까지 약 2주간은 야당 후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야당의 시간”이라며 “이런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철수 대표가 전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과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한 요구를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해석됐다.
단일화 이후 소속 정당도 주요 쟁점으로 예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은 향후 안철수 대표로 야권 후보가 단일화가 결정되더라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실장은 “만약 안철수 대표로 단일화가 된 상황에서 (국민의당 소속인) 기호 4번을 달고 출마하면 국민의힘이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민의힘 선거자금으로 국민의당 선거를 지원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김종인 위원장이 “제 3지대 후보로 단일화되서는 서울 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고 한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그는 “(이런 이유 등으로)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화 이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게 낫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중도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라는 안 대표측 주장에 대해선 “기호 4번으로 출마해도 기호 2번(국민의힘) 고정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안철수 대표 측이 요구하는 통합선대위 출범에 대해 법률적으로 가능한 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선 “본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단일화가 중요하다”면서도 협상 여지를 열어놨다. 단일화 협상 시기에 대해서도 “후보 등록일 이전 끝내면 깔끔하다”면서도 “과거 단일화 사례 등을 보면 늦어질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 오는 4일 확정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선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면서도 “여성 후보에게 주어지는 가산점 10%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일부 내용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수정했다.
▶전략실장 자리를 어떻게 맡게 됐나. “지난해 총선 전 미래통합당 출범 당시 중도와 보수층을 아우르기 위해 만든 혁신통합추진위에 중도층 대표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당시 위원장이 박형준 동아대 교수다. (현재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당시 박 교수랑 당에 여러가지 제안을 했는데 결국 당내 기득권 등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혁신안들이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는 4월 재·보궐선거, 내년 대선 과정에서 이런 혁신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당시 무산됐던 혁신안 중에 하나만 소개한다면.
“황교안이 당시 당 대표에서 물러나고 종로의 지역구 선거만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었다. 보수가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시도였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으로 비전전략실장의 역할은.
“당장 눈앞의 재·보궐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 전략이 시급한 과제다. 단일화 이후 본선 때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정책, 메시지, 네거티브 전략 등을 아우른다.”
▶혁신통합추진위가 실패한 이유는.
“출범 취지는 반문 연대의 그릇 넓히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대한 비호감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야권 혁신을 보였어야 하는데...결국 미래통합당이 자유한국당으로 이름만 바꿨다. (당내)기득권을 넘을 수 없었다.”
▶지금 상황도 1년 전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공감한다. 기득권을 놓지 못하면 앞으로 보궐선거, 대선, 총선 죄다 질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1차 관문이다. 특히 서울시장의 경우 보수와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단일화를 보여줘야 한다.”
▶당장 안철수 대표로 단일화되면 안 대표가 ‘기호2번 국민의힘 이름으로 출마할 지, 기호 4번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할 지’ 여부가 논란이다.
“원칙적으로 국민의힘 후보 든 안철수 대표 든 어느 한쪽으로 결정나면 그 사람을 지원해야 한다. 만약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된 상황에서 기호 4번으로 출마하면 국민의힘이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단일화를 고민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면 어떤 이점을 갖나
“선거 운동을 화끈하게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조직을 동원할 수 있고 선거자금도 (국민의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3석 국회의원을 가진 국민의힘과 102석 국회의원 정당(국민의힘)이 법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선거자금만 해도 큰 차이가 있다.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1년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박영선 후보와 당시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박 전 시장으로 단일화한 전례가 있다.
“당시 박 전 시장은 무소속이었다. 정당이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것과 다른 정당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국민의힘의 인력과 재원을 국민의당 후보에게 지원하는 게 법적, 도덕적으로 여러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는 통합선대위를 꾸리자고 하는 듯 한데, 법률적으로 가능한 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 안철수 대표는 합당 또는 입당힐 걍으 본인을 지지해온 중도층 이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호 4번(국민의당 후보)으로 출마하면 기호 2번 고정 지지층도 이탈할 수 있다. 같은 논리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게 낫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동안 선거를 앞두고 인위적 합당을 하는 것에 대해 줄곳 부정적 의견이었다.
“현 시점에서 당대당 통합은 쉽지 않다. 여러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없다. 당대당 통합은 이미 때늦은 이슈다. 그럴려고 했으면 지난 1월 (안철수 대표가) 우리당으로 들어왔아야 했다.”
▶국민의힘 경선 판세는 어떻게 보나.
“서울시장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4강 컷오프 당시 (여론조사에선) 오세훈 후보가 이겼다. 하지만 여성인 나경원 후보는 가산점 10%를 받는다. 변수가 될 수 있다.”
▶단일화 협상은 언제까지 끝내야 하나.
“후보 등록일(18일) 이전까지 끝내면 깔끔하다. 과거 단일화 사례 등을 보면 더 늦어질 개연성도 있다.”
▶단일화 협상에 대한 원칙이 있나.
“여론조사 문항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제시한 프레임이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왜 단일화를 하느냐,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당은 박영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이 났다. 야당은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는 4일부터 17일까지 2주간의 기간을 갖게 된다. 아름다운 야당의 시간이다. 누가 선출될 지 관심을 받게 된다. 이런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본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단일화가 중요하다. ”
▶안철수 대표는 신속한 단일화를 강조했다.
“생각이 다르다. 주어진 2주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빠져나가고 흩어지는 게 아니라 결집히거 스크럼을 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00명 남짓에 불과한 여론조사로 인구 1000만명 수도를 책임지는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 밋밋하다. 감동이 없다. ”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선거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부에서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국민의당과 논의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어떤 절차인가.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는 투표자가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않고 투표할 수 있는 예비선거다. 국민참여경선제라고 불린다. 이른바 ‘태극기’로 불리는 강경 보수 뿐 아니라 중도층 지지자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다.”
▶시민들은 어떻게 참여하나.
“방법은 여러가지다. 휴대전화를 통해 선거인단을 응모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시민 참여 경선이다. 진보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는데 보수당이라고 못할 건 없다.”
▶안철수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특정한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다. 단일화 투표에 참석하는 사람을 1000명 남짓으로 제한하지 말고 수십만, 수백만명으로 늘리자는 취지다. 안철수 대표도 절대 손해보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본선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