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비행기가 실제 비행기로 거듭나는 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찾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KAI) 공장에서 만난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축구장 3개를 합친 넓이(2만1600㎡)의 거대한 공장에는 총 6대의 시제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KF-X는 동체 길이 16.9m에 날개 길이 11.2m로, F-18과 비슷한 크기다. 시제기 6대 외에도 이와 똑같은 모양의 시험기가 2대 더 있었다. 시험기는 지상에서 실제 수명 시간(약 8000시간)의 2.5배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내구성 시험 등에 활용된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KF-X 사업은 2015~2028년 사이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이라 불린다. 2026년까지 비행 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갖추는 체계 개발이 끝나면 이후 2년간 공대지 전투능력을 구비하는 추가 무장시험을 한다. 다음달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시제기 1호기(사진)는 현재 92~93% 공정이 완료된 상태다. 이달 연두색 동체에 진회색 옷을 입히면 출고 준비가 끝난다. 나머지 시제기도 내년 7월까지 제작을 마친다. 첫 시험 비행은 이때 맞춰 진행된다.
전투기 동체뿐 아니라 80여 개의 주요 부품도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공중전에서 적기를 먼저 식별하고 지상 타격 목표물을 찾아내는 ‘전투기의 눈’인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등은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핵심 장비인 엔진은 제너럴일렉트릭(GE) 제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도입해 39%의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 부품의 국산화율은 65%를 웃돈다.
KF-X 사업의 생산 유발 효과는 24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제조사 KAI는 사업 시작 이듬해인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1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정광선 방사청 KF-X사업단장은 “사업 완료 시까지 취업 유발 효과는 11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사업기간을 10여 년으로 빡빡하게 잡고 있어 돌발 요인에 따라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류광수 KAI 고정익사업부문장은 “날씨가 좋지 않거나 내부 준비가 지연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돼 현장에서는 생산에 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총사업액의 20%를 부담하는 공동 개발국 인도네시아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분담금 6044억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미국·프랑스에는 전투기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다. 정 단장은 “공동 개발 무산 등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천=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