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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검열·부동산감독원…정부도 巨與 등에 업고 '청부입법'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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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이 예상대로 입법 폭주에 나서고 있다. 4월 재보궐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반대하더라도 무시하고 의원입법으로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거대 여당에 편승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의 힘을 등에 업고 일사천리로 정책을 만드는 쪽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입법에 나서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부처의 반대가 있으면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입법은 이런 절차도 없고 공청회의 의무도 없다. 신중해야 할 입법 과정이 이처럼 속도전으로 변질되면서 나중에 그 대가는 국민이 치러야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거 앞두고 쏟아진 의원입법
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2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법안 수는 1245건이었다. 1년 전 204건의 여섯 배에 이른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의원입법 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감안해 2년 전 940건과 비교해도 32.4% 많다. 다음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종 선심성 법안이 쏟아진 결과다.


여당의 입법 독주는 각종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정부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국토부가 신공항 건설에 부산시 추산보다 네 배가량 많은 28조6000억원이 소요된다는 보고서를 냈지만 정치권은 ‘거짓 보고’라며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우리가 법을 만들면 정부는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까지 했다. 광주 문화전당 건립 등에 5조2912억원이 소요되는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과 위자료 지급에 1조3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등 특정 지역을 위한 선심성 법안도 통과됐다.

반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법안들은 정치권의 반대 의견에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위해 만든 ‘재정준칙’의 세부 내용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위기 상황에서 재정이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 올해 1~2월 정부입법은 18건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기간(11건)보다는 많았지만 2년 전(20건)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다.
정부도 의원 찾아 ‘청부입법’
여당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여당 의원을 찾아가 청부입법을 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부의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관석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빅테크·핀테크 등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금융거래 감독권한을 금융위원회가 가져가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위안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인 지급결제제도의 관리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과도한 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우회하기 위해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사례도 적잖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진성준 의원의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 제정안은 사실상 국토부안으로 분류된다.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감시하고, 부동산 유튜버 등까지도 관리하는 법안 내용에 대해 국민적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원입법으로 우회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안이 제출되면 입법예고와 영향평가, 법제처 심사 등에 최소 넉 달이 걸리는 것과 달리 의원입법은 구성요건만 갖추면 별다른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국회 일정에 따라 수일 안에도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경제 정책들이 의원입법을 통해 강행 추진되면서 나라살림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다수결의 원리를 주장하며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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