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스퀘어는 이 같은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장비 공급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다. 설립자인 홍병희 대표는 2009년 그래핀 합성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과학자로 유명하다. 이 같은 기술은 네이처 등 유명 학술지에 실렸다. 그는 “글로벌 그래핀 시장 규모는 매년 65%가량 늘면서 2025년 53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각종 산업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래핀 소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앞유리 히터장치 개발
그래핀스퀘어는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이용해 그래핀을 양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CVD 방식은 구리 등 촉매 기판을 고온에서 탄소가스와 반응시켜 그래핀을 합성한 뒤 사용할 기판에 전사하는 방법이다. 그래핀스퀘어는 여기에 홍 대표가 개발한 롤투롤(roll to roll) 방식의 그래핀 생산 장비를 이용해 대량으로 그래핀을 제조하는 길을 열었다. 롤투롤 기술은 마치 신문을 찍어내는 것과 같이 그래핀의 모든 제조 과정을 일괄 생산라인에 넣어 생산성을 극대화한 기술이다.홍 대표는 “고분자 지지체를 구리와 합성된 그래핀에 붙이고, 에칭액으로 구리를 제거한 뒤 다시 그래핀을 고분자 지지체에서 분리해내는 기술”이라며 “관련 장비를 해외 대학 등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래핀스퀘어의 매출은 대부분 그래핀 합성 및 생산장비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 올초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IIT)에 CVD 장비 3대를 판매했다.
생산된 그래핀의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그래핀스퀘어가 가장 빠르게 상용화를 앞둔 분야는 전기자동차 앞 유리에 들어가는 투명 히터다. 투명 히터는 앞 유리 필름에 그래핀 소재를 넣은 뒤 열을 내게 해 유리에 성에가 끼거나 김이 서리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홍 대표는 “현재는 전기차가 유리 앞에 열풍을 만들어 성에를 제거하는데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며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협업해 내년께 본격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노광장비에 쓰이는 극자외선(EUV)용 펠리클 소재도 개발 중이다. 반도체 노광 공정은 패턴이 그려진 마스크에 투과시킨 빛을 이용해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과정이다. 펠리클은 마스크 위에 씌워지는 박막으로 덮개 역할을 한다. 홍 대표는 “펠리클이 수억원에 달하는 마스크를 보호하기 때문에 반도체 메이커들이 도입하려고 하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EUV용으로 완성된 기술이 없다”며 “극자외선 투과율과 기계적 강도가 우수한 그래핀 소재를 이용해 펠리클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배터리 집전체에 그래핀을 적용해 충전용량과 속도를 높이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그래핀의 다층구조를 쉽게 뚫을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디스플레이용 봉지막(디스플레이 유기 소재를 수분·산소로부터 보호)과 방탄복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내년 초 기술특례 상장 목표”
세계적인 그래핀 권위자로 꼽히는 홍 대표는 포스텍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미국 컬럼비아대 김필립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그래핀에 눈을 뜨게 됐다. 이론상으로 존재하던 그래핀이 처음 발견된 때여서 학계에서 상용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2009~2010년 학술지에 그래핀 생산 기술을 발표했고,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이후 세계 유수 대학에서 샘플 제공 요청이 쇄도하자, 전문적으로 그래핀을 생산하는 업체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2012년 서울대 그래핀연구실에서 분사해 그래핀스퀘어를 설립했다.그래핀스퀘어가 주목받으면서 홍 대표는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주관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초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