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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같다고 동양인 죽인 美경찰…24년 지나도 혐오범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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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4월 28일 저녁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에 거주하는 대만 출신의 엔지니어 콴 청 카오(33)는 평소 즐겨 찾던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이 곳에서 한 취객이 “내 눈에는 동양인들이 다 똑같아 보인다”며 시비를 걸었고 다툼 끝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카오는 세 명의 자녀가 있는 자택으로 돌아온 뒤에도 소리를 지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웃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을 때 카오 손엔 작은 막대기가 쥐어져 있었다. 키가 173cm였던 카오는 경찰이 쏜 총에 즉사했다. 경찰은 뒤늦게 “카오가 막대기를 위협적으로 휘둘렀고 마치 무술 고단자나 닌자 같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카오는 한 번도 무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

미국 잡지 뉴요커가 1일(현지시간) ‘아시아인 대상 폭력의 역사’에 대한 기사에서 소개한 실제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24년 가까이 흘렀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국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인종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미·중 대립이 심화해온 상황에서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진 데 따른 영향이란 분석이다.

뉴욕 맨해튼의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지난달 25일 30대 아시아계 남성이 괴한으로부터 흉기에 찔렸다. 그는 중상을 입은 채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는 인근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샐먼 머플리히(23)였다. 머플리히는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기분 나빠 찔렀다”고 자백했다. 그는 올 1월에도 거주지 주변 공원에서 아시아계 남성을 주먹으로 공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16일엔 뉴욕에 거주하는 또 다른 백인이 52세의 중국계 여성을 땅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런 상황은 이 곳을 비추던 폐쇄회로(CC) TV를 통해 공개됐다. 인근에선 아시아계 남성이 괴한으로부터 얼굴을 칼에 베이는 사고도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선 아시아계 노인이 괴한 공격으로 사망했고, 로스엔젤레스 한인타운에서는 미 공군 출신의 한국계 남성이 폭행 당했다. 당시 가해자들은 중국인 비하 발언을 쏟아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계 시민단체인 ‘스톱 AAPI 헤이트’ 조사에 따르면 작년 3월 19일부터 12월 말까지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혐오 범죄는 총 2800여 건에 달했다.

미 법무부의 파멜라 칼란 인권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최근 성명에서 “미국은 편견과 증오를 부추기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악랄한 행동에서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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