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 쩡야니(32·대만), 리디아 고(24·뉴질랜드)는 이웃사촌이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여자골프 패권을 장악했던 이들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GC(파72·6701야드) 안 주택단지에 산다.
골프여제들이 26일(한국시간) 집 앞마당 같은 홈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게인브리지 LPGA 1라운드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성적표를 받았다. 리디아 고는 이날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그는 버디 6개와 이글 1개,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공동 2위인 넬리 코르다(미국)와 나나 마센(덴마크)을 2타 차로 앞섰다. 리디아 고는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약 2년10개월 만의 우승에 청신호를 켰다.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날카로운 샷감이 빛났다. 리디아 고는 이날 페어웨이와 그린을 각각 두 번만 놓쳤다. 18홀 라운드 동안 친 퍼트도 26개에 불과했다. 리디아 고는 왼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기가 어려워 지난달 한국에서 교정 수술을 받았다. 당분간 쉴 계획이었는데 집 앞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려 참가했다.
국제골프연맹(IGF) 회장인 소렌스탐은 녹슬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그는 이날 버디 1개, 보기 1개, 트리플 보기 1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적어냈다. 공동 77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2008년 은퇴 후 13년 만의 LPGA투어 대회 공식 출전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다.
LPGA투어 통산 72승을 기록한 소렌스탐은 전성기보다 30야드 줄어든 짧은 드라이브 비거리(240야드)를 노련미로 만회했다. 5번홀(파4)에서 티샷이 흔들리며 범한 트리플 보기가 아쉬웠다. 함께 경기한 선수들은 “웨지샷이 아직도 매우 날카롭다”고 했다. 소렌스탐은 이날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남편 마이크 맥지가 소렌스탐의 백을 멨다. 두 자녀와 부모, 시누이 등 가족들이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소렌스탐은 “침대에서 구르면 16번홀 그린에 도착할 정도로 익숙한 코스라서 대회에 나왔다”며 “투어에 복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8월에 열리는 US시니어여자오픈 출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대회에 나온 만큼 대회 자체를 즐기겠다”고 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행복했다. 이런 경험을 위해서 출전한 것”이라며 “오랜만에 투어 분위기를 즐겼다”고 말했다.
‘포스트 소렌스탐’으로 이름 높았던 쩡야니의 플레이에선 과거의 영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쩡야니는 버디 3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 트리플보기 2개의 어지러운 스코어를 적어냈다. 9오버파 81타. 쩡야니는 출전 선수 120명 가운데 단독 최하위인 120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선두 리디아 고와는 16타 차다. 2012년 3월 투어 통산 15승을 거둔 뒤 10년째 괴롭히고 있는 드라이버 입스는 그를 쉬이 놓아주지 않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28%에 그쳤고 평균 비거리는 253야드에 불과했다.
한국 선수들은 순조로운 출발로 선두 경쟁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은 4언더파 공동 4위, 전인지(27)는 3언더파 공동 11위, 이정은(25)은 2언더파 공동 16위다. 김세영은 이븐파 공동 41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