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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핵심도 반기? 文 레임덕설 흘러나온 까닭 [정치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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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과 비교해 집권 5년 차에도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논란에 휘말렸다.

'징후'가 연달아 터져나온 탓이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성 사의 표명, 검찰개혁 속도조절을 둘러싼 당청 갈등,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주무 부처 이견 노출 등이 잇따랐다.

특히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4일 '대통령이 검찰개혁 속도조절을 주문했는데 여당 강경파들이 지시를 듣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시면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은 과거 권위적 정치과정에 있었던 일"이라고 답변한 게 레임덕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김경수 지사는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에 반발한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며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5일 강연에서 "김경수 지사가 '대통령 한 마디에 당 흔들리는 시대는 지났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한 말을 듣고 놀랐다"며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자기들이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문 대통령에게) 강성 콘크리트 지지층만 남았다. 광신도만 남아 점점 과격해진다. 제동이 안 된다. 대통령도 제동을 못 한다"고 주장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김경수 지사의 발언은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라면서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안 그러지 않았나. 임기 말이 돼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레임덕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신율 교수는 "현재 여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레임덕의 일종이라고 본다"며 "(검찰개혁 속도조절론과 관련) 대통령 의중을 여권 인사들이 알면서도 내년 대선을 의식해 밀어붙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과거에는 항상 임기 말 당청 지지율이 역전됐지만 현재로선 임기 말까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레임덕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외곽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의 김기식 소장도 2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여당 의원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식 소장은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완전한 검찰개혁을 이루려면 여름 전까지는 모든 일을 끝내야 된다"고 발언한 데 대해 "(국회의원) 임기가 올 여름 이후로도 3년이 남아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공고히 하고 싶거나 지지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굉장히 무리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도 현재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종합하면 레임덕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성국 평론가는 "레임덕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공무원들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 최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반기'를 든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안정성, 시공성, 운영성, 경제성 등 7가지 항목을 들어 가덕도 신공항 방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고, 성실 의무 위반(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고성국 평론가는 "정권 초기라면 이런 지시가 내려오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반발하진 못했을 것"이라면서 "정권이 바뀌면 공무원들이 사법 처리되는 일이 되풀이돼 정권 말이 되면 공무원들이 책임질 일을 안 하려 한다. 이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아무리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 해도 레임덕을 막긴 어렵다. 레임덕 강도와 양상은 달라지겠지만 해외에선 퇴임 시 8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한 대통령도 레임덕 현상을 겪었다"면서 "단임제 국가에서 레임덕은 운명이다. 가장 어리석은 권력은 레임덕이 안 온다고 믿거나 레임덕을 막으려고 애쓰는 권력"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을 놓고 당청이 대립하는 양상이 연출된 것과 관련해 "일부 여당 인사들이 문 대통령보다 자기 안위가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검찰 출신) 신현수 민정수석을 앞세워 검찰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하려고 했다고 본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후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검찰개혁 속도전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은 각각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허위인턴증명서 발급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지시까지 잘라먹어가며 검찰개혁을 급하게 진행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여러 차례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설'을 주장했던 전여옥 전 의원은 "과거엔 임기 말 야당으로 힘이 옮겨갔는데 이번 정권에선 레임덕 형태가 특이하다"며 "공무원들이 대놓고 야당 눈치 보며 복지부동했는데 이번엔 여당 내에서 권력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당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신현수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검찰 인사를 하고, 본인은 법무부 장관이기 이전에 민주당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면 임명권자인 대통령 체면이 뭐가 되나"라고 했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보단 최근 친문 성향 발언을 쏟아내는 데 대해선 "이재명 지사가 (친문 세력 견제 때문에)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움직임은 '내가 먼저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인증샷을 남기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본다"면서 "나중에 민주당을 탈당하더라도 이른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아직까지는 레임덕이 본격화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현재는 당에 균열이 생긴 정도"라고 평가했다.

장성철 소장은 "올해 하반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면 레임덕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지만 여권 내에서 파열음이 좀 더 심해질 뿐이지,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친문 세력은 정권 재창출이 가장 큰 목표다. 이재명 지사가 현재와 같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이재명이라도 좋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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