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서 전세 거래가 대체로 마무리가 됐죠. 요즘은 전세 손님들이 많이 줄었습니다.“(대치동 Y공인중개업소)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지만 강남구 대치동과 같은 주요 학군지들의 전세시장은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새학기가 다가오면서 학군 수요 이동이 대체로 마무리돼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등교수업이 어려워지면서 초등학생 이하 아동을 둔 가정 일부가 학군지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전셋값 안정세에 영향을 미쳤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치동이 속한 강남구는 지난해 수능이 끝난 직후인 11월 30일 기준 전세 가격 상승률이 0.21%까지 치솟았지만 최근(2월 22일 기준) 들어서는 0.05%로 떨어졌다. 목동이 있는 양천구도 수능 직후 0.13%였던 상승률이 새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이 되자 0.07%로 하락했다. 서초·송파구도 각각 0.23%에서 0.05%로 줄어드는 등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 학군지인 대치동에서 전월세 물건으로 각광받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84㎡는 지난해 말 전셋값이 11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올 초부터는 계속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9억원에 거래된 후 최근 호가는 7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이 아파트에는 현재(27일 기준) 전월세 매물이 230여건 넘게 나와 있다.
목동도 비슷한 분위기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67㎡는 작년 12월 10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최근 호가가 계속 낮아지는 중이다. 올해 1월과 2월엔 각각 7억3000만원과 6억3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현재 호가는 6억원대 수준이다.
목동에 위치한 H공인 대표는 “학교나 학원가를 이용하려고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은 수능이 끝나기 전부터 전세 물건을 찾기 시작해 12월엔 대부분 거래를 마무리했다”며 “워낙 전셋값이 많이 올라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초등학생을 둔 가정이 일시적으로 학군지를 빠져나가는 것도 전셋값 하락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부보다 안전'이라는 인식이 깔린데다 전셋값이 워낙 올랐고 원격수업이 계속된 탓이다. 입시가 급하지 않고 자녀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집들은 일시적으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학부모인 윤모 씨(42)는 “주변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를 대면수업이 가능한 지역에 사는 조부모 집으로 전학시킨 후 직장 주변으로 이사를 나간 사례를 들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초등학생 저학년의 경우 사회성 발달이 중요한 시기라 학교를 나가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전면 등교수업이 당분간 시행되지 않을 것 같아 우리 아이도 안동에 있는 친가로 전학을 보낼까 고민 중"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고 아이가 돌아오면 그때 다시 중계동으로 들어올까 한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학군지 전세가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올해엔 전반적으로 서울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및 입주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2만6940가구로 지난해 5만289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경기도의 올해 입주 물량은 12만4126가구인데 내년에는 10만3754가구까지 감소한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보통 전셋값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강남권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특수목적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법원에서 위법으로 판결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는 등 학군지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철이 오면 다시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