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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아이가 물 7컵을 강제로…국공립어린이집 '충격적 학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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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생인 아동 10명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인천 서구의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학대 건수가 2개월간 총 2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교사들이 아동을 사물함에 가두거나 머리채를 낚아채 끌고 가 방바닥에 밀치는 장면, 발로 차는 장면 등이 담겼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울산 남구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3살 아이에게 10여분 간 물 7컵을 마시게 하고 친구가 남긴 음식 쓰레기를 먹도록 하는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추가 학대 정황만 83건에 이른다. 이달 들어서도 서울 은평구 소재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두살배기 아이가 폭행 등 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시끄럽다. 일반적으로 국공립은 민간·가정 어린이집보다 보육에 대한 학부모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관리·운영이 체계적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자녀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길게는 몇 년 전부터 대기를 걸어놔야 하는 경우도 많다.

28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이처럼 최근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심각한 아동학대 정황이 연달아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은 "국공립은 철석같이 믿었는데 도대체 누굴 믿고 아이를 맡겨야 하느냐" "지자체와 정부는 뭘하고 있나" 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대기 기간만 1년…"철석같이 믿었는데 배신감만"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 오기 6개월 전부터 7세 자녀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대기를 걸었다는 임모씨(35)는 "교육 및 관리 등이 철저할 것이란 인식으로 보낸 것인데,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학대 문제가 연일 나오니 배신감이 든다. 너무 충격적"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맞벌이 부부라 아동학대 사건이 나올 때마다 아이를 보내기가 힘들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도 오만가지 생각에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면서 "국공립이라면 아동학대 문제에서도 좀 더 철저히 현장을 살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년 대기 끝에 자녀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냈다는 박모씨(40)는 "워낙 들어가기 힘들기도 하고…국공립이면 그래도 관리가 잘되고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체계적이고 선생님 관리도 더 잘되리라 생각해 국공립을 고집했다"고 귀띔한 박씨는 "맞벌이라 불안해도 우리 애 어린이집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보낼 수밖에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문제가 잇따르는 데 대해 실망감을 느낀 것은 민간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지자체와 복지부의 현장 점검 및 관리 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다.

5살 자녀를 민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던 오모씨(39)는 "국공립은 아동학대 문제는 물론, 전반적 보육 관리가 더 잘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국공립이라면 시·도에서 관리를 더 했어야 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간 어린이집은 아동학대 문제가 발생하면 원장이 책임질 텐데 국공립은 지자체나 보건복지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둔 이모씨(40)도 "민간이든 국공립이든 아동학대는 일어나선 안 되지만, 그나마 믿음이 갔던 국공립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더 실망스럽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의심하게 된다"고 거들었다.

3살과 6살 두 자녀를 모두 민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최모씨(38)는 "종종 지자체 위탁 관계인 국공립 어린이집이 개인 소유인 민간 어린이집보다 아이들에 대한 관리가 더 미흡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면서 "지원만 하면 그만이란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쓴소리 했다.

아동학대 '관리 미흡'…복지부·지자체 서로 "네 탓"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학부모들의 실망감은 대부분 '지자체나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인만큼 아동학대 문제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될 것'이란 인식에서 나왔다. 그러나 실상은 학부모들 생각과 괴리가 있었다.

모든 어린이집은 복지부 지침에 따라 매년 한 차례 지자체로부터 정기 점검을 받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민간이든 국공립이든 추가 현장 조사를 나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 현장 평가를 위해 작성하는 체크리스트도 동일하다.

복지부가 매년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필요한 지침 등을 내리는 '보육사업 안내'에도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및 지침이 따로 있진 않다. 국공립이란 명칭만 부여됐을 뿐, 별도의 복지부 및 지자체 관리체계는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예방 및 관리 미흡 책임을 보육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자인 지자체가 서로 미루기도 한다.

실제로 복지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관리 미흡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지자체에 있다고 주장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감독 및 권한 모두 지자체에 넘겼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운영자가 지자체장이다. 지자체 소유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 등 관리 책임은 전적으로 지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는 위탁 계약서상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해당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위탁 취소를 하면 된다. 어린이집 설치자이자 운영자인 지자체가 수탁자를 강하게 관리 감독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라면서 "지자체마다 상황에 맞게 관리 감독 등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선 복지부가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생각이 다르다. 복지부의 '보육사업 안내'를 토대로 각 지자체가 정기 점검 체크리스트 등을 마련하는 걸 인지하면서도, 복지부가 아동학대 방지 및 관리 등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책임은 지자체에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율적 관리 감독 항목 추가나 강화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지침과 기준 등이 토대가 된 만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손을 대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A구청 관계자는 "복지부의 '보육사업 안내' 중 아동학대 관련 내용은 전체 300~400페이지 중 3페이지 남짓이다. 이마저도 내용이 간소하다"면서 "복지부 지침이 사후 행정 처분을 어떻게 내리라는 데 치중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지자체여도 저희는 서울시를, 서울시는 복지부 지침을 따른다. 복지부는 구청장에 권한을 위임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복지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 B구청 관계자는 "복지부가 내린 지침 중 어린이집 CCTV 점검 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사안은 아예 없다. 정상 작동하는지, 60일 이상분이 저장돼 있는지 등에 대한 리스트가 전부"라면서 "우리 구청은 인력 4명이 총 240여개소를 점검해야 한다. 이 인력으론 기존 체크리스트 점검만도 빠듯한데 어떻게 더 추가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지침은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화했으면 한다. 지자체 자율이 아닌 통일된 지침을 명확히 주는 게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 매뉴얼' 필요하단 지적에…복지부 "개선해나갈 것"
신수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문제를 두고 복지부와 지자체 간 책임 소지가 불분명한 데 대해 "위탁이란 형태에서 꼭 발생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라 해도 지자체 직영은 거의 없다. 기존의 민간 어린이집을 지자체가 위탁받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통념과 다른 대목"이라고 부연했다.

신수경 변호사는 복지부는 통합 매뉴얼 마련, 지자체는 학부모와 소통 확대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관리 감독은 복지부가 통일된 매뉴얼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접하기 쉬운 장애아에 대한 세부 방침 등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지자체가 학부모들과 직접 소통하고 상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 입장에선 지자체든 복지부든 문제 발생시 발을 뺀다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문제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의견 등을 반영해 정기 점검 관련 체크리스트에 CCTV 점검시 아동학대 의심 징후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안을 넣도록 하겠다"면서 "위탁 기준 강화,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자체 점검 공문을 비롯해 필요하다면 복지부가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서는 것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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