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개혁이라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습니다.”
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사진)은 24일 자리에서 물러나며 정부를 향해 작심 발언을 내놨다. 이날 경총이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새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총회를 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김 전 부회장은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앞서 중도 사의를 밝혔다.
김 전 부회장은 “연말, 연초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기업에 치명상을 입히는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되는 것을 보며 무력감과 좌절감, 참담함을 느꼈다”고 사퇴 이유를 말했다.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등 ‘규제 3법’,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말한다.
김 전 부회장은 특히 노조법과 관련해 “태생부터 기형적인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이라고 하지만, 공익위 구성 자체가 노동계 여섯 명 대 경영계 한 명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가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재심의하도록 한 부칙 제3조 2항에 대해선 “노조 전임자를 늘리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비판했다.
김 전 부회장은 “1만5000명에 가까운 노조 전임자가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며 “노조법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한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노조법 개정 이유로 ILO 비준을 내세우고 있지만, 노동계 숙원 사항을 끼워넣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 전 부회장은 노동 문제가 결국 국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국가 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고용은 더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차, 한국GM, 쌍용차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가 전조라고 강조했다.
김 전 부회장은 고용노동부에 “노동정책만 하지 말고 고용정책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사노위에 대해선 “지금 상태라면 ‘경제’를 떼고, ‘사회노동위’로 가야 한다. 탈바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제단체를 들러리로 보지 말고, 진정한 파트너로 삼아 균형적인 정책을 펼쳐달라”고 주문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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