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여행을 떠나기가 이토록 힘든 일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서너 달만 지나면 예전처럼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하게 될 것으로 낙관했습니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이제는 국내 여행조차 조심스럽습니다. 방역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져 집단면역이 생기고 치료제가 안정적으로 생산돼도 올 연말까지 해외여행은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유럽의 동화 같은 마을을 가고 싶은 마음이 구름처럼 몽글몽글 피어오르면 유럽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테마파크와 정원을 찾아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아한 중세 유럽식 성(城)이나 파스텔 톤의 유럽풍 주택 사이를 거닐며 커피 한 잔 마시면 헛헛한 마음을 조금 추스를 수 있지 않을까요. 가평과 남해의 이국적 풍경을 소개합니다.
프랑스 마을이 그대로 ‘쁘띠프랑스’
경기 가평에 있는 쁘띠프랑스는 유사 해외여행의 경험을 느끼게 해주는 곳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2008년 7월 문을 연 쁘띠프랑스에는 파리 남부 오를레앙의 전원마을 풍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단지 프랑스 마을을 복제해 재현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 마을을 그대로 뜯어다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자재부터 문짝 하나까지 한홍섭 쁘띠프랑스 회장이 프랑스에서 공수해왔다고 한다. 파스텔 톤으로 구현한 프랑스 마을 분위기에 동화 ‘어린왕자’의 모티브를 입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꼭 들르는 여행지로 주목받았다. ‘베토벤 바이러스’ ‘별에서 온 그대’ 등 여러 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쁘띠프랑스가 돋보이는 것은 단지 외관만 프랑스풍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프랑스적인 정신과 콘텐츠를 녹여놨다는 점에서다. 유럽 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전시관이 있다. 19세기 프랑스 가옥을 그대로 옮겨와 다시 지은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 프랑스 벼룩시장 분위기를 재현한 ‘골동품 전시관’, 유럽 인형 300여 점을 전시한 ‘유럽 인형의 집’,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생애와 유품을 볼 수 있는 ‘생텍쥐페리 기념관’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관을 가득 채운 소품 가격만 60억원이 넘는다. 공연장에서는 오르골 시연과 마리오네트 인형극, 기뇰 인형극 등 프랑스 문화공연도 펼쳐진다.
쁘띠프랑스는 오는 3월 이탈리아 마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탈리아 마을의 정식 명칭은 ‘피노키오와 다빈치’. 피렌체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고성과 저택을 모사해 지은 5개 동의 건물에 11개 전시관이 들어서게 된다. 회랑으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전통 저택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탈리아 마을은 특히 체험공간에 힘을 줬다. 돌체&가바나에서 만든 샹들리에와 피노키오재단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진품 피노키오 인형도 선보일 예정이다.
영국식 가든과 스위스 마을도 이국적
영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수목원을 보고 싶다면 춘천 자라섬 인근의 제이드가든이 제격이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제이드가든은 숲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이다. 16만㎡ 부지에 들어선 수목원은 입구부터 영국풍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깔끔하게 정돈된 수목원은 입구에서 가장 끝에 있는 스카이가든까지 대충 둘러봐도 1시간 이상 걸린다. 제이드가든은 꽃의 천국이다. 철마다 형형색색 꽃이 피어나 황홀할 정도다. 미디어파사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빛의 정원 행사도 열린다. 안타까운 것은 겨울철에는 꽃이 없어서 조금 황량한 느낌을 준다는 것. 겨울보다는 봄에 찾는 것이 좋겠다.스위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마을도 있다. 가평 산자락에 들어선 ‘에델바이스 스위스테마파크’. 원래 이곳은 스위스 테마용 주택을 분양하려던 건설회사의 견본주택이었다. 보통 모델하우스는 내부만 충실하고 주변은 허술한데 이곳은 견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잘 지었다. 입구에 있는 시계탑 건물부터 스위스를 빼다 박았다. 융프라우의 야경과 미니어처로 만든 스위스 마을을 볼 수 있는 스위스테마관을 필두로 러브광장, 커피박물관, 와인박물관, 초콜릿박물관, 에델바이스광장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북유럽의 느낌을 즐기고 싶다면 가평의 ‘더스테이힐링파크’가 좋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북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굵은 자작나무가 심어져 있다.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카페와 파3, 9홀 골프장, 스파와 아쿠아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숙박시설을 마주하게 된다. 대자연에 쏙 들어앉은 펜션과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방갈로가 눈에 띈다. 유럽풍 와일드가든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나무로 둘러싸인 그린라이브러리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남해에는 독일과 미국 마을도
경남 남해에서는 독일마을을 만날 수 있다. 독일마을의 백미는 유럽을 연상시키는 빨간 지붕과 하얀 벽돌집들. 쪽빛 바다를 보듬고 있는 물건방조어부림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마을 주민들은 직접 독일에서 건축자재를 가져와 독일식 주택을 짓고, 독일 마을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이국적인 풍경을 조성했다. 그렇게 모인 집이 70여 채. 매년 10월이면 독일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를 열고 이국적인 문화를 관광객과 함께 나눈다.
독일마을 근처 있는 미국마을도 남해의 이색 볼거리 중 하나다. 미국마을은 모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재미교포들을 위해 조성한 정착 마을이다. 미국 건축양식에 맞춰 지은 22채의 주택은 여행객을 위한 펜션으로 이용된다. 잘 정비된 도로, 각양각색의 벽면 페인트, 자유의 여신상, 독수리상, 미국식 도로 표지판 덕분에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미국의 어느 예쁜 도시에서 찍은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가평·남해=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