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주가가 올라 있던 상승장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우려가 커진 탓이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인 테슬라가 밤사이 8.55% 추락하자 테슬라 보유잔액은 한 달 만에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움직임에 따른 기술주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단기적인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월 순매수 1위 유니티 -23%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기술주들이 줄줄이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특히 테슬라 주가는 9% 가까이 폭락하면서 시총 7000억달러 선이 무너졌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이날 장중 한때 1.39%로 오른 데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을 투기적 자산이라고 비판한 영향까지 더해졌다. 테슬라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보유잔액도 98억1756만달러로 감소했다. 지난달 20일 테슬라 보유잔액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제2의 테슬라를 찾아 나선 서학개미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달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유니티소프트웨어(1억9225만달러)다. 애플(1억5382만달러), 테슬라(1억2507만달러)를 제쳤다. 유니티소프트웨어는 3차원(3D) 콘텐츠 제작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체다. 작년 9월 상장 이후 연말까지 124.54% 주가가 급등하며 서학개미들의 이목을 끌었다. 테슬라가 주춤하자 서학개미가 대거 몰려간 이유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이번달에는 주가가 22.93% 하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고 일어나면 급락”이라는 푸념마저 나온다.
“우려할 만한 수준 아니다”
애플(-4.52%)과 테슬라(-9.96%),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20.41%), 이항(-19.79%) 등 국내 투자자가 최근 많이 찾는 종목도 이달 들어 줄줄이 하락세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금리가 발목을 잡았다.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폭락장이 연출되기 직전인 작년 2월 수준까지 올라 있는 상황이다. 통상 금리 인상은 기술주엔 악재다. 2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 금리 격차도 약 4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장기 금리 상승과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경제 회복의 대표적 신호로 꼽힌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유동성으로 인해 주가가 급등한 기술주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백신 등으로 인해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자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복되면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술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 비이성적인 과열 국면에 대한 지지선을 비트코인 3만달러, 테슬라 700달러 선으로 보고 있는데 아직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며 “올 2분기까지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